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 아침에]대한민국의 國格은 정말 올라갔는가

김영기 논설위원

이념 갈등·적폐 논쟁 못벗어나는

우리 사회 아직 퇴행적 요소 많아

K방역 성과로 모처럼 맞은 기회

냉철히 실력 다지는 계기 삼아야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매긴 한국의 신용등급은 매우 높다. 무디스 기준 세 번째인 Aa2 등급으로 우리보다 높은 국가는 미국 등 14곳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여파에도 무디스는 우리의 현 등급을 유지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편이다. 외견상 지표만 보면 대한민국은 분명 우등생이다.

코로나19는 도리어 날개를 하나 더 달아줬다. 88올림픽과 2002월드컵 이후 대한민국이 이렇게 세계의 조명을 받은 일은 없었다. 코로나19는 경제적으로만 성공한 국가로 인식되던 한국의 이미지를 사회적 질서가 잘 잡힌 스마트한 나라로 끌어 올렸다. 이태원 클럽발 쇼크로 퇴색했지만 한국은 코로나19 대처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고 100여 나라가 우리의 대통령을 찾는 모습에 국민은 어깨를 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우리의 목표는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라고 기염을 토했다. 총선에서 국민들이 여당에 압승을 안겨준 것도 코로나에 맥없이 쓰러진 선진국과의 비교 우위에 들뜬 효과가 있었다. 문명 비평가인 기 소르망 전 파리정치대 교수는 “한국은 감시가 심한 사회”라며 방역의 성과를 깎아내렸지만 국제 사회가 한국을 보는 눈이 달라진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코로나는 대한민국의 격(格)을 끌어 올릴 영구적인 동인(動因)이 될 수 있을까. 한 나라의 국격은 국가와 구성원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품위와 격조로 정의된다. 국격은 국가의 이미지는 물론 성장 잠재력, 나아가 세계를 이끌어나갈 힘까지 포괄한다. 그런 의미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불명예의 딱지였다. 지정학적 불안과 빨간 띠를 두르고 책상을 부수는 강경 노조는 한국의 색깔을 회색빛으로 물들인 바이러스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오마에 겐이치의 진단은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그는 과거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분열된 사회다. 어느 나라를 제쳤다는 말 자체가 한국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장관 사태로 나라가 두 동강이 날 만큼 분열을 겪은 한국은 이런 진단에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그의 이어지는 조언은 고개를 숙이게 한다. “국내총생산(GDP) 순위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국격을 높이려면 한국 스스로 어떤 국가를 목표로 하는지 방향을 정해야 한다.”



오마에의 발언은 한편으로 K방역의 성과에 취한 우리에게 현주소를 냉철하게 바라보게 한다. 국가 경쟁력을 계량화하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1년 전 평가를 보면 한국은 63개국 중 28위로 전년보다 한 계단 밀려났다. 경제 성과 분야는 일곱 계단이나 미끄러졌고 우리가 자랑하던 재정도 정부 부채 증가로 24위에 머물렀다. 지난 2013년 한국 경제를 ‘물이 끓는 냄비 속 개구리’라 칭했던 맥킨지 컨설팅은 세월이 흘러도 생산성에 대한 개선 없이 미래의 준비를 하지 않는다며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갔다”고 질타했다. 국가의 부(富)는 ‘인간 자원의 총합’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인재 만들기는 퇴행적이다.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이 정원조차 못 채우는 모습은 과학기술 인재가 곧 고갈될 수 있다는 암울한 신호다.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해외의 칭찬에 우쭐대지만 이해집단의 장벽에 원격의료의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정치와 경제·교육에까지 이념의 갈라치기와 적폐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격을 떳떳하게 말할 자신이 있는가.

지한파 미래학자인 짐 데이터 교수는 국내 언론에 코로나19 이후 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에 대해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며 선진국을 따라가지 말고 스스로 선도 국가가 될 것을 주문했다. 국격 상승과 국부 축적의 길 모두 우리의 실력을 차가운 머리로 인식하고 치열하게 리셋할 때 가능하다는 뜻이다. 일순간의 칭찬에 취해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코로나 효과는 덧없이 사라지는 신기루이자 우리의 진정한 모습을 잊게 하는 환각제에 그칠 것이다. yo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