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생활 속 거리두기’ 시행과 함께 기대를 모았던 등교 일정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이미 일주일 더 연기돼 오는 20일 고3부터 학교에 갈 예정이지만 이번 집단감염의 소용돌이에 학생들까지 휘말리며 자칫 학교를 지렛대 삼아 광범위한 확산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세가 악화 일로다. 이날 오후 7시까지 누적환자는 120명으로 이 가운데 클럽을 방문한 사람은 76명인데, 이들의 가족과 지인·동료 등 접촉자가 벌써 43명에 달한다. 첫 확진자 발생(6일) 이후 일주일이 지나며 곳곳에서 2차 감염이 횡행한 탓이다. 지역감염을 촉발하며 확진자의 연령대도 다양해져 적게는 1세부터 많게는 84세까지 퍼져 있으며 19세 이하만 11명으로 집계됐다.
우려스러운 점은 클럽 방문자들이 학생들과 접촉하며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에 따르면 2~3일 이태원 킹클럽을 방문해 감염된 학원 강사 A씨의 접촉자 가운데 학생 7명과 동료 강사, 학부모 등 모두 11명이 연쇄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특히 A씨가 처음 학원 강사임을 밝히지 않은 탓에 방역당국의 접촉자 대응이 늦어지며 추가 확진자 중 2명은 지난주 말 사이 각각 교회 예배를 다녀와 신도 1,050명도 진단검사 대상에 올라 환자가 더 나올 수 있다. 인천시는 A씨를 고발할 예정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부정확한 진술이 반복된다면 2차, 3차 감염의 확산을 막을 수 없고 신천지 사례처럼 우리 사회 전체가 다시 위험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학교에 전파할 여지도 무시하기 어렵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오전10시 기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 사이 서울 이태원과 논현동·신촌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역을 방문한 교직원이 원어민 교사 53명을 비롯해 총 158명이었다고 밝혔다. 교사뿐 아니라 교육공무원이나 자원봉사자 등도 포함됐다. 이 중 유흥시설을 방문한 14명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밖에 지역별 조사 결과 인천 44명, 강원 61명, 충북 44명, 광주·전남 60명, 부산 20명 등의 원어민 교사와 교직원이 이태원 일대를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아직까지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태원을 방문한 교직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여 방역당국 및 각 시도 교육청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또 서울 강남구의 대왕초 병설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교사도 이날 코로나19 재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확진 환자의 경우 접촉자를 감염시킨 사례가 없지만 이 교사와 접촉한 유치원생 24명이 검체검사를 받는 등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태원 등 서울 유흥가가 비단 서울 교직원뿐 아니라 전국에서 몰려든다는 점, 처음에는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다시 양성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학교사회 전반이 코로나19 위험에 처한 셈이다. 교직원 전수검사의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대상만 60만명에 달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등교를 또 미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지역감염 위험도와 학사관리를 같이 놓고 판단해야 한다”며 “이번주 발생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교육당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혁·김창영기자 인천=장현일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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