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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산업 효율적 재편 하려면 기업 구조조정 위한 별도 장관회의 필요"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라임 사태 등 금융사고는 시장 성숙 과정서 발생한 성장통

코로나후 성장할 플랫폼산업 위해서도 자본시장 육성 중요

2분기 기업들에 죽음의 터널…신속 지원 안하면 대량 실업

상업용 부동산 부실화 가능성 커 2금융권 면밀히 살펴야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효율적인 산업재편이 이뤄지려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별도의 장관회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쇼크와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대책을 놓고 논의가 무성하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부실은 경제의 복병 중 하나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은 “코로나19에 따라 효율적인 산업재편을 하려면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별도의 장관회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금융사고에 대해 “시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성장통”이라고 규정한 뒤 “코로나 이후 급속히 성장할 플랫폼 산업을 위해서라도 자본시장은 반드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전 원장을 13일 서울 종로에서 만나 코로나19 이후의 경제적 경로와 대처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최근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재발 가능성도 대두되는데.

△바이러스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전 세계에 영향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금융위기는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공적자금 등을 투입해 수습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위기의 경로를 알 수 없다. 경제적 쇼크 측면에서 일단 2·4분기가 최악의 시기라고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세계 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는데 하반기부터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하지만 팬데믹이 재발하면 훨씬 나쁜 상황이 올 수 있다. 금융시장도 충격이 클 것이다. 지금 금융시장은 일시적으로 반등한 것이다. 1년 정도 충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시장 안정이 착시일 수 있다는 것인가.

△돈을 풀었기 때문에 시장이 반등했다. 현실은 냉정하다. 2·4분기에 각종 통계와 기업 실적이 드러날 것이다. IMF 등의 전망보다 더 나쁘게 흘러갈 수 있다. 정부 당국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또 하나 변수는 미국 대선이다. 미국이 코로나19 초기 단계에서 대응을 잘못했다. 대선을 앞두고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 음모론’ 등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 불거질 텐데 우리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것이 미국의 경제회복인데 (무역전쟁의) 액션을 취하는 순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 때문에 실질적 액션까지는 고민할 것이다. 위협사격만 계속할 수 있지만 그조차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다.

-금융시장이 계속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코로나 이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았지만 지수는 하락분의 90%까지 회복됐다. 실물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주가가 아무리 돈의 힘으로 올랐더라도 조금은 과도하다는 것이 대다수의 생각이다. 시장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 충격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인데.

△1·4분기 성장률만 놓고 보면 우리가 선방했다. -1.4% 성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나은 편에 속한다. 2·4분기에는 방역에 어느 정도 성공해 경제활동 재개도 다른 나라보다 빠를 것이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2·4분기에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이기 때문에 우리도 수출중심 국가로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코로나19로 여행·관광이나 원자재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타격을 심하게 받은 반면 우리 같은 제조기반 국가는 아직은 타격이 빠르게 나타나지 않았다.

-말씀대로 1·4분기 실적을 보면 기업들이 선방했다. 하지만 자금 문제가 곧 표면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는 내수시장이 작고 수출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2·4분기에 큰 여파가 미칠 수 있다. 기업들이 1·4분기에는 힘들어도 버텼지만 2·4분기에 가면 체력이 고갈될 것이다. 버틸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 나머지는 죽음의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 2·4분기가 죽음의 터널이다. 힘든 시기를 지날 때 자금을 신속히 지원해주지 않으면 터널을 벗어날 수 없고 대량실업 등에 부딪힐 수 있다. 기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2·4분기가 골든타임이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는데 추가로 주문하고 싶은 것은.

△환란 때와 비교하면 당시는 용감했다. 국가부도 위기라는 공감대가 확실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있었고 구조조정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다. 글로벌 위기 때도 정부가 밀어붙일 수 있었다. 보증기관이나 국책은행을 통해 밀고 나가 조기에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도 정부가 의지를 갖고 뚫고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관들이 책임문제 때문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재정에서 손실을 뒷받침할 구조를 짜줘야 한다. 면책을 보장해주지 않고는 빠르게 실행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금융당국이 체계적으로 구조조정을 했는데 지금은 밑그림을 그리는 주체가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의 문제다. 과거 (청와대) 서별관회의 같은 것이 힘들면 지금도 정부 내 경제장관회의나 비상경제회의가 있으니까 거기서 구조조정만 별도로 하는 장관회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구조조정은 성격상 은밀성이 있으므로 모든 장관이 참석하기보다는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몇몇 장관이 모여 회의를 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말하면 인력감축 얘기부터 나와 부담을 갖는데 그것이 아니다. 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속하게 기업을 지원해 살리는 것이다. 산업의 효율적 재편을 위해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을 다 살릴 수는 없지 않은가.

△환란 때 좀비기업 지원을 놓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좀비기업까지 지원하면 이들이 덤핑으로 시장을 흐리고 우량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워크아웃을 도입해 구조조정을 했고 업종별 빅딜을 진행했다. 글로벌 위기 때는 살리는 구조조정이었다. 조선과 건설업을 구제하는 방향이었다. 지금은 정부 주도로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과 유럽은 고용 안전망이 확실한데 우리는 정규직이 아닌 특수고용자·일용근로자·비정규직 등 고용취약 계층에 대한 안전망이 약하다. 구조조정을 하려면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없이는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도 취약계층의 고용보험이나 실업보험을 확충해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과거처럼 공격적인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뜻인데.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대출에도 관이 개입하지 못한다. 과거에는 은행 대출 중심으로 이뤄져 워크아웃이 가능했는데 자본시장으로 자금조달 메커니즘이 확장되는 상황에서는 정부와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시장을 통한 인수합병(M&A) 같은 방법으로 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떠오르는 산업과 죽는 산업이 있을 텐데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곳에 투자하도록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면 자연스럽게 돈이 흐른다. 미국은 거대한 자본시장이 있어 스타트업이 빨리 육성된다. 좋은 기술만 갖고도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것이 적다. 4차 산업에 대한 지원 시스템이 은행에 구축돼 있지 않아 과감한 투자가 쉽지 않다. 자본시장의 몫이다. 국내도 연기금들이 생기고 사모펀드가 커지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연이은 금융사고로 자본시장의 규제가 다시 강화됐다.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성장통이다. 선진국도 금융위기를 초래했지만 규제를 만들고 허무는 과정을 겪었다. 불완전판매는 투자자들의 금융교육을 더 하고 판매자의 역량을 높이면 된다. 자본시장 육성과 규제까지 건드릴 문제가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4차 산업의 플랫폼을 뒷받침하려면 자본시장 외에 대안이 없다. 저금리 시대에 국민들의 금융자산이 3,000조원에 육박하는데 노후를 예금에만 의존할 것인가. 자본시장을 육성하지 않으면 부동산으로 몰린다. 위기극복을 위해 풀어놓은 돈을 관리하려면 자본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게 물꼬를 열어야 한다.

-금융 시스템을 살펴보자. 제조업 부실이 금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 나온다.

△올 1·4분기 미국과 유럽에서 은행 충당금을 쌓는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다. 기간산업이나 항공·여행같이 직격탄을 맞은 산업의 대규모 손실을 예상하고 쌓는 것이다. 우리 은행들도 충당금 적립 규모가 늘어날 것이다. 은행들이 지난해까지 이익을 낸 것이 있어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다만 2금융권은 저신용자들이나 후순위 담보 쪽으로 많이 대출했는데 여기서 타격을 많이 받았다. 충당금을 미리 쌓고 부실에 대해 감독당국이 면밀히 살펴야 한다.

-다른 부분에 숨어 있는 부실은.

△부동산 시장은 2017년이 피크(정점)였다. 전 세계 주택가격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부터 상업용 부동산이 눈에 보이게 하락세로 들어섰다. 그 와중에 코로나19가 터져 3월부터 임대에서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이 늘면서 상업용 부동산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돈이 풀려도 부동산이 옛날처럼 오르기가 쉽지 않다. 선진국을 보면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 비중이 50% 미만이고 금융자산의 비율이 훨씬 높다. 우리만 70%에 육박한다. 개인들도 자본시장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시장이 그렇게 우호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김영기논설위원 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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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과 국무조정실 재정금융심의관, 기재부 재산소비세제국장,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쳐 2011년부터 금감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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