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의 우리 군 감시초소(GP)에 총격을 가했을 때 대응사격이 늦어진 것은 기관총의 공이(뇌관을 쳐서 폭발하도록 하는 쇠막대)가 파손됐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군의 기강이 빠져도 너무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군의 경계태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 총격 당시 우리 군은 중기관총인 K-6 원격사격체계로 첫 대응사격을 시도했으나 공이가 파손돼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수동으로 전환해 대응했다고 13일 밝혔다. 당시 군은 경기관총인 K-3로 15발을 북측 GP에 쏜 뒤 K-6로 다시 15발을 사격했다. 조준사격을 한 우리 군의 첫 대응사격은 북한군의 총격이 있은 지 32분 만에 이뤄졌다.
총의 총신과 공이는 매일 점검해야 할 정도로 중요하다. K-6 중기관총의 공이 파손이 알려지자 군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GP에서 군대생활을 했던 한 예비역은 “총의 중요 부품 중 하나인 공이가 파손됐다는 것은 평소 제대로 정비를 하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후방도 아닌 최전방에서 가장 기본적 전투장비인 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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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실을 늦게 공개한 군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군은 사건 발생 직후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 비판이 제기되자 열흘 만에 자세한 대응조치를 뒤늦게 알려 ‘늑장 공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총격 대응상황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일각에서는 군의 지휘 라인을 모두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군당국은 이번 북한군의 총격이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인 상황이었다는 입장은 유지하면서도 ‘9·19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 총격 당시 우리 군의 중기관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안타깝고 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현장에서 총격에 대응하는 조치 과정에서는 적절한 상응조치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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