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그린뉴딜(저탄소경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구체화해 보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취임 4년 차를 맞은 문 대통령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화두를 직접 제시하며 국정운영의 추진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2면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 장관들에게 그린뉴딜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13일 전했다. 보고 시한은 최대 다음주 초까지다. 문 대통령은 4개 부처 장관의 서면보고를 받은 후 그린뉴딜을 ‘한국판 뉴딜’로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디지털인프라 구축 △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 세 가지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추진과제로 정했다.
그린뉴딜을 처음 언급한 것은 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그린뉴딜은 그 자체로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그린뉴딜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는 노력으로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 창출까지 이루겠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당초 대통령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 그린뉴딜을 포함할지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다 보류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그린뉴딜이 반드시 필요한데 기업의 니즈, 기업 활동의 확장성 그리고 일자리 창출의 시급성에 부합하느냐를 두고 문제가 됐다”며 “그러나 최근 정부가 조금만 인프라를 확충하면 해외나 국내 기업 투자 유치액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는 보고들이 들리자 대통령이 구체화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무회의에서는 그린뉴딜을 둘러싸고 격론에 가까운 토론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뉴딜을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설정하는 데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강 대변인은 “그린뉴딜이 우리 사회가 가야 할 중요 과제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핵심 가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판 뉴딜이 큰 우산으로 과제를 다 안고 갈 수는 없다는 요지의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토론을 경청하던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일시적 일자리 창출로 위기를 넘기자고 한 것이 아니라 선도형 경제로 바꿔나가는 지속 가능한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하정연 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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