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미스터트롯’이 쏘아올린 트로트 열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특히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톱(TOP)7인(임영웅·영탁·이찬원·김호중·정동원·장민호·김희재)의 활약은 방송가를 넘어 예능시장을 장악하는 중이다. 방송사에서 앞다퉈 ‘미스터트롯’ 출연진 모시기에 나서면서 게스트 섭외전도 점차 가열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방송가의 트로트 쏠림현상이 지나치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예능 프로의 지나친 트로트 우려먹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스터트롯’ 종영 이후, TOP7을 비롯해 출연진들의 활동 영역이 자유로워지면서 여느 방송사를 막론하고 TOP7인이 안나오는 곳이 없을 정도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방송사 간에 상도덕을 어기는 ‘겹치기 편성’ 논란까지 벌어진다.
빈축을 사면서도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미스터트롯’ 출연진 섭외에 열을 올리는데는 사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들이 한 번 휩쓸고 간 자리엔 ‘시청률 상승’이라는 괄목할만한 지표가 남아서다. 방송사 입장에선 TV 본 방송을 선호하는 중장년 시청층을 붙잡기 위해 ‘미스터트롯’ 출연진을 데려오지 않을 수 없고, 너도나도 이에 가세하다 보니 섭외 편중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실제 수많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미스터트롯’ TOP7인으로 인한 시청률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렇기에 이들 섭외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선택지다. 지난 달 초 MBC ‘라디오스타’는 임영웅·영탁·이찬원·장민호의 출연으로 평균 4~5%대였던 시청률이 10%까지 치솟았다. ‘복면가왕’에서는 ‘한우 1++’가 김호중으로 밝혀져 순간 최고 시청률 15.2%를 기록했고, 0~1%의 굴욕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던 ‘끼리끼리’는 임영웅과 영탁의 출연으로 방송 이후 최고 시청률 2.8%에 도달했다.
종편 예능 프로그램들도 TOP7인의 위력을 맛봤다. 지난 9일 이들이 모두 출연한 JTBC ‘아는 형님’은 시청률 15.5%(닐슨코리아 기준)로 프로그램 자체 최고 기록을 썼고, 트롯맨들과 축구 경기가 방송된 ‘뭉쳐야 찬다’도 평소 4~6%대인 시청률이 10%를 넘었다. 지난 달 27일 방송된 ‘77억의 사랑’은 임영웅과 영탁 출연분이 시청률 3.8%로 앞선 방송분(1.4%)의 두 배를 기록했고, Olive ‘밥블레스유2’는 임영웅,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의 출연으로 0.4%였던 시청률이 1.7%까지 도달했다.
이처럼 방송가는 화제를 모으고 시청률을 높이고자 이슈화되는 트로트 인물들을 적극 섭외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됐다. 트로트라는 대세를 따르다 보니 유사 트로트 경연 프로나 유명 트로트 가수를 내세운 예능프로 등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이러한 현상은 올 한해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BS는 이미 가수 남진, 진성, 주현미, 장윤정 등이 출연하는 ‘트롯신이 떴다’를 방송 중이며, SBS Plus는 ‘내게 ON 트롯’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주부 대상 오디션 ‘보이스퀸’을 선보인 MBN은 오는 7월 ‘보이스트롯’을 론칭한다. KBS는 송가인의 기획사와 손을 잡고 전국 단위 오디션 프로그램 ‘트롯전국체전’을 기획 중이다. MBC도 올 하반기 대국민 트로트 대전을 표방하는 ‘트로트 민족(가제)’을 제작할 계획이다.
트로트 장르가 단순 중장년층만이 아닌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면 미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처럼 유사한 포맷과 유사 인물 섭외의 지나친 복붙(내용이나 형태 따위를 복사하여 붙여넣기)은 시청층을 지치게 할 수 있다. 나아가 트로트 장르 인기 하락을 앞당길뿐 아니라 타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빛도 보지 못하고, 고사되는 처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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