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28.2%. 국내와 일본에서 19곳의 골프장은 운영하고 있는 골프존카운티의 지난해 경영실적이다.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된 583곳(금융업 41개사)의 영업이익률은 고작 5.09%. 타 기업군과 비교하면 영업이익률이 6배에 가깝다. 이처럼 최근 골프장이 ‘캐시카우’로 재조명을 받으면서 사모펀드(PEF)가 앞다퉈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골프존카운티는 매출액 1,35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674억원) 대비 101.1%에 달하는 매출 신장세다. 영업이익도 382억원으로 전년(112억원) 대비 240%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16.7%에서 28.2%로 11.5%포인트 올라섰다.
골프존카운티가 빼어난 성적표를 내면서 국내 1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투자전략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MBK는 지난 2018년 1,139억원을 투입해 골프존카운티의 지분 52.41%(우선주 4.82%)를 확보했다. 이후 골프존카운티는 14곳의 골프장을 인수하거나 임차하는 방법으로 덩치를 키웠다. 난립했던 회원제 골프장 중 ‘알짜’ 매물을 인수한 뒤 이를 이를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중제로 바꾸는 게 전략이었다. 이 같은 MBK의 투자 전략은 2년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호황세를 구가하는 것은 골프존카운티만이 아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60개 골프장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2.5%다. 전년 대비 5.5%포인트 상승한 수준으로 2009년(24.1%)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대중제 골프장 166곳의 영업이익률은 33.2%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이 50%가 넘는 골프장만도 10곳이 넘는다.
47년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 무강수 일수도 40일가량 증가
골프장의 이 같은 ‘나홀로’ 호황은 기후변화가 가장 큰 동력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겨울 전국 평균기온은 3.1도(℃)로 평년 대비 2.5도 높았다. 1973년 이후 47년 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다. 올해 1월 서울 평균온도는 1.4도로 112년 관측 역사상 가장 따뜻한 날씨를 기록하기도 했다. 겨울이 따뜻해진다는 말은 그만큼 봄이 빨리 찾아온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봄은 2월 26일 시작됐다. 1980년 이후 가장 빠른 봄이었다. 기상학에선 하루 평균 기온이 영상 5도가 넘어가는 날이 9일 이상 이어지면 그 9일 중 첫 날을 ‘봄이 왔다’고 규정한다.
비 오는 횟수도 줄어들고 있다. 2010년 229일이었던 무강수(無降水) 일수는 지난해 267일까지 증가해 있는 상황. 골프 라운딩이 가능한 10㎜ 미만 강수 일수도 같은 기간 321일에서 341일로 늘었다. 쉽게 말해 봄이 빨리 오면서 골프장 개장 시기도 앞당겨진 데다 강수 일수가 줄어들면서 골프장의 영업 일수가 급격히 늘었고, 이게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올해는 매출 신장세가 더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골프장 매각 잇따른 흥행… “전략 따라 골프장 수익성 더 높일 수 있어”
최근 매각에 나섰던 골프장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지난해 대우건설이 매각에 나섰던 파가니카CC는 치열한 경쟁 끝에 950억원을 써낸 사모펀드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가 새 주인이 됐다. 스트라이커는 또 최근 선종구 전 하이마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더플레이어스GC를 1,600억원 가량에 사들이면 사모펀드 중에서 가장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케이스톤프라이빗에쿼티(PE)가 매각을 준비하고 있는 골프클럽안성Q 벌써부터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케이스톤PE는 다음달께 예비입찰을 진행한 뒤 시장가격 수준에서 안성Q를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사모펀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수십 개 골프장을 운영하는 전문업체가 없다”며 “지역 근접성이나 등급별 배분 전략 등을 통해 지금보다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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