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 내 경선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국회의장을 추대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국회의장, 당 대표 선거까지 치르면서 당이 싸우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회의장·부의장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준비가 한창인 14일 민주당 내부에서 ‘국회의장 추대론’이 부상하고 있다. 수도권 한 민주당 당선자는 “최근 일부 초선이 만난 모임에서 국회의장을 추대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초선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선거로 다 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재선·3선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초선 의원 역시 “국회의장은 국회의원으로서 마지막에나 갈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의장실에 넣어드리는 일인데, 경쟁은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 역시 “중진들 사이에서 추대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경쟁을 하지 않는 게 제일 좋은 그림”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원내대표, 국회의장, 당 대표 경선을 연이어 치르며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직후 원내대표 경선 준비에 돌입해 지난 7일 김태년 의원을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이후 곧바로 의장 경선을 준비하고 있는데다 오는 8월 당 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도 앞두고 있다. 일부 주자들의 경우 총선 전부터 현역 의원·후보들에게 선거 유세를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5개월 내내 선거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경쟁이 다소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집안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당내 분화가 나타났다”며 “계속되는 경쟁이 밖에서는 안 좋게 보일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박병석 의원(6선)과 김진표 의원(5선)은 당내 표심을 잡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 의원은 각 후보 사무실을 찾아가는 한편 자필 편지를 보냈고, 김 의원은 카카오톡으로 당선자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박 의원이 김 의원을 만나 양보를 권했다’는 내용의 가짜뉴스가 유포되기도 했다.
추대가 이뤄지려면 한쪽 후보에 무게추가 쏠려야 하지만 아직 두 의원 모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오는 19~20일 국회의장 당내 경선 후보에 등록하지 않거나 25일까지 후보 자격을 포기하면 자연스레 ‘추대’ 형식으로 의장이 선출될 수 있다. 만약 이번에 의장 후보가 추대된다면 2004년 6선의 김원기 열린우리당 의원이 의장으로 선출된 후 처음이다. 20대 국회 전반기에는 정세균·문희상 당시 민주당 의원이 의장 자리를 두고 경쟁했고 후반기에는 문희상·박병석 의원이 경선을 벌였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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