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어학원)에서 운전기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아들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학원이 휴업에 들어갔다. 이후 이 운전기사는 코로나 음성 결과를 통보받았다. 하지만 최근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인천 학원강사로부터 14명이나 감염되면서 학원가에는 코로나19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서울경제가 확보한 한 영어유치원의 안내문에 따르면 이 영어유치원은 소속 운전기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아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공지했다.
운전기사는 전날 밤 10시께 귀가 후 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통보받은 뒤 이날 영어유치원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해당 기관은 “기사의 지인은 아들로 독립된 생활을 하고 있고 어린이날 저녁식사 30분 정도만 접촉하신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기사는 아들과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금일 오후 검사결과가 나올 예정이니 추후 자세한 내용을 안내하겠다”고 전했다. 이 시설은 이날부터 휴원에 들어갔고 코로나 19 감염 여부를 검사했던 운전기사는 오후 1시경 음성 결과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 이전 이날 오전 인근의 영어유치원은 발칵 뒤집혔다. 인접 영어유치원 운전기사가 전날 밤 코로나19 확진 아들과 접촉한 운전기사와 잠시 만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영어유치원은 해당 운전기사를 격리 조치 시켰고 이날 새벽 운전기사에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업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최근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영어유치원을 포함한 학원들은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 2월 말 기준 영어유치원은 227곳이다.
전날 인천에서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학원 강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그의 수강생도 2차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며 학생들의 집단 감염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인천에서는 관내 학원과 교습소 5,589곳의 종사자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졌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집단 감염 우려가 커지자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영어유치원과 미국 대학입학시험인 SAT 준비 학원의 방역수칙 준수 여부를 특별점검하기로 했다. 지난 연휴 때 원어민 강사들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자 원어민 강사들이 소속된 학원들을 점검하는 것이다. 이날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 방역강화 긴급회의를 열고 서울 학원과 교습소 2만5,000여곳이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 관련 지침을 철저히 지키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영어유치원과 SAT학원, 대형학원 1,200여곳의 생활방역 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집합금지명령 등 강력한 행정조처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영어유치원과 SAT학원 등이 방역수칙과 학원법을 지키고 있는지 다음 달 19일까지 특별점검하겠다”면서 “원생이 300명 이상인 학원에 대해서도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지도·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 연휴 때 이태원을 방문했던 인천의 한 학원강사가 강사라는 사실을 숨긴 탓에 당국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일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등교할 수 있도록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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