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지역에서 지난 15일 치러진 제21대 총선 개표 당시 투표용지가 자동분류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오류가 발생해 수차례 재검표했다는 참관인 증언이 나왔다.
선거 당일 충남 부여군 개표소에서 일했던 개표 참관인들이 1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증언 내용에 따르면 참관인 A씨는 지난 4월 15일 부여군 부여읍 유스호스텔에서 진행된 개표 작업에 미래통합당 정진석(기호 2번) 후보측 참관인으로 참여했다.
그는 개표소 제2개함부에 자리해 개표 상황을 살폈다. 개표는 오후 6시 이후 옥산면 관내 사전선거 투표지부터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부여군 16개 읍·면 지역 투표용지를 집계했으며, 자동분류기를 이용한 개표는 3~4분 만에 끝났다.
A씨에 따르면 후보별 득표수는 제2 개함부에 있던 개표사무원(사회복무요원)의 노트북 컴퓨터 화면에 나타났다. A씨는 “당시 민주당 박수현 후보 측이 180여표, 통합당 정진석 후보 측이 80여표, 미분류투표지가 100여표 가량 나왔다”며 “1번 후보가 2번 후보를 100표 가까이 앞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개표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트북 컴퓨터를 다루는 개표사무원을 포함한 선관위 측에 집계한 투표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며 “투표지가 분류기를 통과하면서 이상한 장면을 여러 번 봤다. 1번 후보 표가 지나치게 많이 나와 재검표를 하면 역전되기도 했으며, 2번 후보 표는 유독 많이 재확인용(미분류표)으로 분류됐다. 주로 사전투표용지에서 그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표 용지를 보니 1번 투표용지 묶음에 2번 투표용지가 섞여 있는 것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개표를 다시 해야 한다는 A씨 주장에 선관위는 사전선거 투표용지 415장을 다시 모아 분류기로 재검표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개표사무원이 노트북 컴퓨터를 껐다가 켠 다음 분류기를 작동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재검표 결과 옥산면 지역의 최종 분류 내역에는 미분류 59표, 박 후보 159표, 정 후보 170표 등으로 나왔다. 미분류된 표를 합산하자 박 후보 181표, 정 후보 197표로 최종 집계됐다.
이에 대해 부여군 선관위 관계자는 “재검표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A씨의 주장처럼 1·2위 표차가 많이 나서 재검표를 한 게 아니고 다른 선거사무원이 재확인용 투표용지함(59표)과 바로 옆에 있던 무소속 정연상 후보(3표 득표)의 투표지를 섞어 놓은 것을 발견하고 투표용지 전체를 모아 재검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또 “재검표를 하기 위해 노트북 컴퓨터에 있던 옥산면 개표 데이터만 지운 것일 뿐 컴퓨터를 재부팅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미래통합당측 또 다른 참관인 D씨도 A씨와 유사한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번 후보의 득표함에 2번 표가 쌓이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며 “2번 후보는 유독 재확인용(미분류)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증언했다. 또 “그때마다 항의해서 분류기를 재가동해 2번 후보의 표를 많게는 30~60장씩 되찾아 왔다”며 “이런 현상은 사전투표지를 개표할 때 자주 발생했다. 개표기가 워낙 빨리 작동해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개표가 어떻게 진행되는 알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이에 부여군 선관위는 “분류기를 다시 돌려 재검표하는 일은 전국적으로 많이 있다”며 “유권자에 교부된 용지와 실제 투표한 용지 숫자가 맞지 않을 때나 재확인 투표지가 많이 쌓일 경우 분류기를 다시 돌리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지 분류기를 작동했을 때 1번 후보 득표함에 2번 후보 투표용지가 섞이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투표용지는 기표 행태가 천차만별이어서 재확인용으로 분류될 확률이 20% 이상 높아지기도 하며 기계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기계 오류 의혹을 반박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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