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 게임즈가 미성년자 선수에 대한 불공정 계약을 방지하고 선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LCK 표준계약서를 마련했다. 미성년자 선수를 해외 구단으로 강제 이적시키며 수익을 챙기려 했던 일명 ‘그리핀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다.
15일 라이엇 게임즈는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e스포츠 프로선수 계약서’를 발표했다. LCK 표준계약서는 오는 6월 개막하는 2020 LCK 서머부터 도입된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해 11월 일부 팀과 선수 사이에 체결된 계약서 내 다수의 불공정한 내용이 있었음을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올해 상반기 내에 LCK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특히 리그오브레전드(LoL) 구단 ‘그리핀’이 당시 미성년자였던 ‘카나비(본명 서진혁)’ 선수를 중국 구단으로 강제 이적시키려고 했다는 사실이 폭로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구단주인 ‘스틸에잇’ 경영진은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그리핀은 1억원의 벌금을 한국e스포츠협회에 물었다.
라이엇 게임즈는 LCK 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부 법무법인의 검토를 거쳐 LCK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팀이 선수와 계약을 체결할 때 표준계약서 내용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추가할 때에는 관련 내용을 리그로부터 승인 받는 과정이 신설됐다. 팀이 리그로부터 미리 승인 받지 않은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켰다면 제재를 받게 된다. 선수단과 코칭 스태프의 계약서 전체를 검토하는 과정도 추가된다.
선수 임대·이적과 관련한 내용도 손질한다. 선수 임대 관련 조항은 올해 초 개정한 LCK규정집에 맞춰 삭제됐다. 선수 이적 규정은 선수가 대한민국 이외의 지역으로 이적 시 소속 팀이 선수의 동의를 필수적으로 얻어야 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국내 이적의 경우 선수의 동의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기존 체결한 계약조건보다 불이익하게 변경되어 이적되지 않도록 보완 조치를 마련했다.
개정된 LCK규정집에 따라 미성년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도 함께 담겼다. 선수가 미성년자인 경우 계약을 체결하거나 체결한 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때에도 법정대리인의 서면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미성년 선수의 이적 시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이 팀은 선수의 법정대리인과 사전에 협의하고 이적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 7일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e스포츠를 활성화하며 선수 권익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체부는 오는 7월까지 관련 전문가와 업계, 전현직 선수 등의 의견을 수렴해 표준계약서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특약 계약서를 제정할 방침이다.
라이엇 게임즈 관계자는 “오는 2020 LCK 서머 스플릿부터 새롭게 제정된 표준계약서를 적용하게 된다”며 “LCK를 보다 공정한 리그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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