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청와대에서 ‘랜선 초대장’이 도착했습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연달아 취소되자 청와대가 어린이들을 게임 속으로 초대했다. 지난 5일 어린이날을 맞아 공개된 게임 ‘마인크래프트’ 속 가상 청와대 맵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색다른 이벤트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어린이날, 마인크래프트로 만나는 청와대’ 영상은 유튜브에서 97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최근 서울 강남 대치동 샌드박스네트워크 사옥에서 청와대와 협업한 버추얼팀을 만났다. 황호찬 버추얼팀 팀장은 “어린이날을 열흘 앞두고 청와대에서 코로나19로 어린이들을 초청하지 못하게 됐으니, ‘마인크래프트’로 이를 대신해보면 어떻겠냐고 ‘콜라보레이션(협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날 바로 자료조사를 위한 청와대 답사가 이뤄졌다. 황 팀장은 또 “쉽게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든 청와대라는 조직에서 어린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게임을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 창구로 활용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당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스웨덴 개발사 ‘모장(Mojang)’이 2011년 출시한 마인크래프트는 전 세계적으로 1억7,000만장이 넘게 팔린 역대 최다 판매 비디오 게임이다. 샌드박스의 공동 창업자 ‘도티(본명 나희선)’를 254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로 만든 게임이기도 하다.
맵 제작은 다양한 모드를 통해 게임 내 콘텐츠를 무한 확장할 수 있게 한 마인크래프트 기능을 십분 활용해 이뤄졌다. 황 팀장은 “마인크래프트는 ‘1X1’의 레고블록 세상”이라며 “3D 건축 블록을 쌓아올리는 ‘아머러스 워크숍’이라는 게임 자체 모드로 자개장 같은 청와대 내 소품을 구현하고, 등장인물들의 자연스러운 동작은 ‘시네마 4D’라는 애니메이션 툴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영상 속에서는 청와대를 지키는 포도대장이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가상의 2D 또는 3D 캐릭터를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버추얼(Virtual)’은 한국에서 아직 낯선 분야다.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버추얼 크리에이터 분야와의 접목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일본에서는 27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키즈나 아이’를 필두로 수천 명의 버추얼 유튜버가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는 스마일게이트가 만든 ‘세아’, 샌드박스의 ‘도티TV’ 등이 대표적이다.
버추얼팀의 목표는 ‘펭수’처럼 파급력 있는 한국형 버추얼 캐릭터 개발이다. 황 팀장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크리에이터의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고, 출판이나 머천다이즈 사업과 연계에 ‘원소스 멀티유즈’ 형태로 확장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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