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의 등교수업이 시작될 경우 학교와 학원 간 교차 감염이 확산되며 이태원 클럽에 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제2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치동 등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조기에 마감되는 ‘일타강사(일등 스타강사)’ 상당수가 강의에 복귀한데다 대형 학원들의 ‘반수생’(대학 진학 중 입시 준비) 모집이 한 달 여 이상 빨라졌으며 고3 학생들의 학원 수강 비율도 높아져 고3, 재수생, 반수생 등이 학원 내에 함께 밀집하며 연쇄 감염 우려를 점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원격수업 상태에서는 학원 발 감염이 증폭될 우려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등교수업 이후에는 학원이 감염원이 돼 학교로 확산되거나 학교 내 감염이 학원으로 이입되며 연쇄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진단이다.
17일 학원가에 따르면 상당수 대형학원들은 예년보다 한 달 여 이상 빠른 이달부터 반수생 모집에 본격 착수했다. 일부 대형학원들은 반수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반수생 종합반을 조기 편성해 5월 중순부터 강의에 돌입하는 등 예년보다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고3의 등교수업이 늦어지면서 올해 입시에서 재수생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올해 입시에서는 주요 대학에서도 벡터, 기하 등 까다로운 이과 수학 과목이 사라져 이과 반수생들의 유입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강의의 ‘텃밭’인 일타강사들도 대부분 강의에 복귀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재확산되면서 5월 초 개강했다가 다시 휴강하거나 오프라인 강의 시점을 결정 못한 사례도 있지만 극히 일부다. 아직 강의를 시작하지 않은 강사들도 등교수업 이후를 재개 시점으로 잡은 바 있어 대치동 학원가는 정상을 되찾았다는 진단이다. 실제 교육부가 학원들의 낮은 휴원율에도 일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은 일타 강사의 강의중단 및 대형학원의 방역 강화가 한 몫 했다. 전국 학원 및 교습소의 77%가 강사 5인 이하의 소규모라 원격수업 하에서 대규모 전파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가 등교수업을 실시하면 원격수업 당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게 교육계의 우려다. 학원 강의에서 고3과 재수생, 반수생 등이 섞이는데다 주말 학원을 다녀온 고3 학생들이 주중에는 학교에 모이게 돼 학원-학교간 연쇄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 감염자의 약 30%가 무증상 감염자로 알려져 발열체크나 자가진단 만으로는 확산 예방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교육청 등의 주말 집중 방역점검 대상에서 외국인 강사를 두지 않은 소형 학원은 제외됐다.
학원들은 학생 간 1m 간격을 유지하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일부 대형학원에서는 학생 및 강사 등을 상대로 역학조사까지 실시하고 있다. 확진자 발생 시 민형사상 불이익이 예상되는 만큼 이동 동선 등을 체크해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학교가 매개가 될 경우 학원 규모, 강의 인원과는 상관 없이 파장이 커질 수 있어 문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가 등교수업을 실시하면 낮은 학원 휴원율은 감염병 확산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재확산되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효율적 등교수업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연기 여론에도…고3 예정대로 20일 등교
교육부, 집중방역주간 운영…급식좌석제 등 학생분산 방안 마련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촉발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예정대로 고등학교 3학년은 오는 20일 등교수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과 협의해 학년별 격주제나 격일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등·하교 시간에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가 계속될 전망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오는 20일 고3을 시작으로 유치원 및 초·중·고교가 순차적 등교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3∼4학년은 6월 3일, 중1과 초5∼6학년은 6월 8일에 등교한다.
박 차관은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가들과 협의한 결과 코로나19의 종식이 불확실하고 가을부터 2차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등의 상황에서 등교 수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보다는 철저한 방역을 하면서 등교를 개시해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3의 경우 사회에 진출하거나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마지막 단계고, 취업을 목전에 둔 특성화고생이나 대회 실적이 필요한 예술·체육 분야 학생은 학교 지도가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이제라도 (고3이) 자기 꿈을 찾아 준비하도록 학교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학교 구성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가 많지 않다며 등교를 예정대로 실시할 방침이다. 전날 기준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인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인원은 10명이고 모두 학생이다. 이들 학생은 이태원을 방문하지는 않았고 관련 확진자를 접촉한 탓에 감염됐다.
등교 시 학생들 간 거리 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박 차관은 교육청 차원에서 “거리 두기를 위해 학년별로 격주제 또는 격일제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년별로 이번 주에는 2학년이 나오고 다음 주는 1학년이 나오면서 등교하지 않는 학년은 원격수업을 한다든지 하는 격주제 또는 (하루씩 번갈아 등교하는) 격일제를 많은 교육청에서 생각하고 지금 실행방안을 짜고 있다”면서 “초등학교와 유치원 경우에는 3부제라든지 5부제 등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하교 시간이나 쉬는 시간 학생 통제가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초등학교 등하교 때 시차제를 운영하거나 쉬는 시간 복도에서 일방 통행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보조 인력을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채용해 생활지도하도록 하고 긴급돌봄 보조 인력도 더 채용하겠다”고 전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 학교는 오는 20~22일 집중 방역주간을 운영해 개학에 대비한다. 또 학생 밀집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학급별 책걸상을 시험대형으로 배치하고 학생 30명 이상의 과밀학급은 과학실, 시청각실 등 특별실을 이용하며 도서관 등 학생 공동시설 이용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학교 내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등교 강행을 결정했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집단 감염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교 개학 시기를 미루어주시기 바랍니다’ 청원 동의자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22만명을 넘어섰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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