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정치적 범죄”라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꾸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방송된 폭스뉴스 ‘선데이 모닝퓨처스’ 인터뷰에서 지난 2016∼2017년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당시 허위진술 혐의로 기소됐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수사를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FBI가 뒤쫓았던 것은 플린이 아니었다며 “그들(FBI)은 플린이 나에 대해 거짓말하고 이야기를 꾸며내길 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대통령은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자신에 대해 진술하지 않은 플린과 캠프 인사들을 향해 “플린과 다른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수치스럽다”며 “이 일로 사람들은 감옥에 가야 하고 많은 사람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법무부는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만나 오바마 정부의 대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의혹에 대해 거짓 진술한 혐의로 기소된 플린에 대한 과거 FBI 수사가 적법하지 않았다며 최근 기소 철회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취임 직전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의 신상 공개 요구에 따라 국가안보국이 플린의 신상을 공개한 것도 비난했다. 그는 “이것은 모두 오바마였다. 이것은 모두 바이든이었다. 그 사람들은 부패했다. 그 모든 것이 부패했다”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오바마와 바이든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미흡과 경기 침체 등으로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과거 러시아 의혹 수사는 자신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벌인 공작이라며 ‘오바마 게이트’를 주장하며 국면 전환과 지지층 결집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맞서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에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전통흑인대학(HBCU) 합동졸업식 영상축사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거듭 비판했다. 그는 “이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해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수많은 이들이, 그들의 할 일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개념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수많은 이들은 심지어 책임이 없는 척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9일 CNN방송을 통해 공개된 전화통화 음성파일에서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내게 무슨 이익이 되는지’, ‘남에겐 관심이 없다’ 같은 생각이 우리 정부에 작동하면서 완전히 혼란투성이 재앙이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공개 지지를 선언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비교적 침묵 모드를 지켜온데서 벗어나 강력한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공격에 본격 나서는 모습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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