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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부러움 사는 스타트업의 숨은 고민

성장기업부 이재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시장 트렌드와 니즈를 파악해 재빨리 아이디어를 상품화했는데 이제 곧 대기업이 치고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힘이 빠집니다.”

최근 비대면 서비스로 사업이 급성장한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한숨부터 쉬었다. 주변에서는 잘나간다고 부러워하지만 그는 머지않아 자본력이 큰 대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아찔하기만 한 것이다.

비대면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일궈놓은 렌털시장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나온다. 중소·중견기업들이 렌털시장을 키워놨지만 대기업 가전사들이 잇따라 진출했거나 채비를 하고 있어서다. 소형 가전·렌털업체는 긴장의 연속이다. 어느 순간 가전 대기업이 자사제품을 렌털하게 되면 이쪽 시장은 쑥대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찍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40조원대의 렌털시장을 일군 중소·중견업체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기 적합업종을 넘어 ‘중기 적합 서비스와 제품’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0조 렌털시장을 키우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 결과 도태한 기업들도 꽤 있는데 대기업이 물량공세로 나오면 그동안 버텨온 게 일순간 허물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이런 상황이 비단 특정 업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주도하는 다른 제품과 서비스의 현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동소이하다.

한 예로 반려견 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펫 산업도 ‘시장감시’ 업종으로 지정됐고 펫소매협회는 연내 동반성장위원회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시장을 키워놓으면 대기업이 들어오고 잘나가는 스타트업이 있으면 이와 유사한 사내 벤처를 만드는 대기업의 행태를 보면서 초기 기업들은 말 못 할 고민에 놓인 것이다.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바이오나 비대면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정부가 투자판을 깔아준다고 제대로 생태계가 살아나지는 않는다. 스타트업이 스케일업해서 벤처나 중소기업→중견기업→새로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부터 만들어야 한다.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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