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활동에 빗장을 걸어 잠갔던 미국 대다수 주가 봉쇄조치를 푼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급하게 경제 재가동에 나서기는 했지만 아직 바이러스 확산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만큼 또다시 코로나19 환자가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5월7~13일) 인구 10만명당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감염자 수를 분석한 결과 사우스다코타·아칸소·메인주에서 신규 환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사우스다코타주의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환자 수는 지난 7일 7명 정도였으나 13일에는 약 15명으로 134% 증가했다. 확진자 수는 3,800명 정도지만 인구가 100만명도 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감염률은 미국 전역에서 20위 안에 든다. 사우스다코타주는 미국의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자택대피령을 거부한 지역으로 최근 코로나19 검사를 확대한 것이 감염자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정확하지 않다고 CNN은 분석했다.
아칸소주에서는 같은 기간 10만명당 코로나19 환자가 2명에서 3명으로 50% 늘었으며 메인주는 2.1명에서 2.8명으로 증가했다. 4일부터 부분적인 경제 재가동에 들어간 아칸소주는 최근 식당 매장 안에서 손님을 받는 것이 허용됐다. 메인주는 이달 말까지 자택대피령을 시행할 예정이지만 일부 사업체는 1일부터 영업을 재개했다. 미국에서는 현재까지 48개주가 부분적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한 상황이다.
뉴저지·미주리·아이다호주 등 많은 지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 마라조 앨라배마대 감염내과장은 “우리가 정말로 정확한 (감염자) 수치를 얻고 있다고 할 수 있느냐”며 “안심하기에는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감염자 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여도 필요한 만큼의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실제로 코로나19 감소세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기 재가동에 앞장선 조지아주는 최근 환자 수에는 큰 변동이 없지만 검사 건수가 적었던 만큼 몇 주 안에 입원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봉쇄해제 이후 확진자 수 변화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경제 재개를 놓고 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실업률이 급증하고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불어나는 등 경제가 마비되며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사람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고 전했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지사는 “경제활동을 재개하지 않는 것은 큰 위험이지만 지역을 개방하는 것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처럼 봉쇄해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재개에 힘을 싣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장관은 “경제재개에 나선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 급증을 보지 못했다”며 경제 정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에이자 장관은 “(경제재개는) ‘건강 대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 대 건강’의 문제라며 봉쇄를 계속할 경우 자살률 증가나 심장질환 관련 수술 감소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던 시기 상당수 뉴요커들이 도심 밖으로 ‘피난’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NYT에 따르면 3월과 4월 뉴욕시의 우편주소지 변경 서비스 신청 건수는 각각 5만6,000건과 8만1,000건으로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는 뉴요커 중 상당수의 부유층이 인구밀집도가 높아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큰 도심을 피해 외곽이나 다른 주 별장 등으로 대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필수 노동자 등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우편주소지 변경신청 건수가 훨씬 적었다”고 지적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