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해도 오프라인 매장 수준의 구매 경험과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지요. ‘경험 배송’이 온라인 구매자의 그런 욕구를 충족시킬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배송전문 스타트업 원더스의 김창수(50·사진) 대표는 18일 서울 용산 원효로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고가의 휴대폰을 온라인으로 살 때 이동통신 대리점에서 받는 부가서비스가 모두 제공되는 배송이라면 소비자 만족도가 크게 오를 수 있다”며 “이 같은 배송이 앞으로 물류·배송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원더스의 주력사업은 SK텔레콤 온라인몰에서 소비자가 휴대폰을 주문하면 배송기사가 당일 배송하는 ‘오늘 도착’ 서비스다. 휴대폰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개통, 데이터 이전 등 보통 대리점에서 받는 부가 서비스의 대부분을 제공한다. 현재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서 원더스 소속 배송기사 100명이 전담하고 있다. 김 대표는 “국내 온라인 휴대폰 판매 비중이 3% 정도에 그쳤던 것은 고가의 상품을 택배로 받은 후 휴대폰 개통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불편 때문”이라며 “서비스 만족도 상승으로 경험배송 건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하루평균 800건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온라인에 최적화된 경험배송 시장의 성장을 단언한다. 그는 “소비자가 그동안 속도나 가격만을 따졌다면 이제는 경험을 원하는 것”이라며 “매장에서 직접구매(하이택트)와 온라인 비대면 구매(언택트), 이 중간 수준의 ‘미들택트’ 서비스가 하나의 시장을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경험배송을 기초로 수익성을 높이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오늘 도착’ 배송료는 SK텔레콤으로부터 받고 있지만 향후 물량이 늘어나면 배송료 하락은 피할 수 없다. 원더스는 휴대폰 배송 외에 중고폰을 회수하고 이를 수출업체에 넘기거나 자체 쇼핑몰에서 재판매해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그는 “배송은 기본 네트워크가 되고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은 상품판매(커머스)인 셈”이라며 “수익성이 자꾸 떨어지는 배송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KAIST 산업디자인 석사 출신인 김 대표는 지난 1996년 LG생활과학연구소에 입사한 후 LG전자 연구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팀장,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실 팀장 등 20년 동안 대기업에서 ‘꽃길’을 걸었다. 하지만 임원을 꿈꾸는 대신 자신의 길을 개척해보자며 창업을 결심하고 당시 혁신이 필요한 퀵서비스 시장으로 눈을 돌린 후 2016년 원더스를 세웠다. 그는 “저가경쟁이 극심하지만 배송기사도 전문성을 갖추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며 “배송기사들이 감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결국 필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휴대폰 개통 같은 기능적 경험을 넘어 마치 백화점에서 고가품을 구입할 때 받는 대면 서비스를 집에서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와 손잡고 감성적 경험배송 서비스를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능·전문화된 배송인력으로 고객과의 접촉은 최소화하면서 경험과 감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서비스로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