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있으면 과도 있는 법. 1963년 데즈카가 잡지에 연재하던 아톰을 TV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때 일본 방송사와 애니메이션 업계는 제작비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방송사는 편당 제작비를 50만엔 이하로 못 박았고 애니메이션 업계는 그 돈으로 제작이 불가능하다며 버텼다. 당시에 데즈카는 이른바 리미티드 기법을 활용해 방송사 요구를 수용했다. 이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1초에 들어가는 컷 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비가 지금까지 극도로 낮은 원인을 데즈카가 제공했다며 그를 강하게 비판했다.
데즈카의 작품과 세계관을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플롯과 캐릭터를 만들고 사람이 이를 바탕으로 최종 시나리오를 쓴 만화가 ‘파이돈’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데즈카가 만화를 계속 그렸다면 이것과 똑같은 작품을 만들었을까. 그의 품평이 궁금해진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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