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인 2004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비판한 위안부 피해자 고(故) 심미자 할머니의 이름이 남산 ‘기억의 터’에 있는 피해자 명단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정대협 대표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었다. 당시 심미자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33명은 정의연의 전신인 정대협을 향해 “성금으로 수혜를 받은 적 없다”며 수요집회 중단을 요구했다.
19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남산 기억의 터에 세워진 조형물 ‘대지의 눈’에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47명의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새겨져 있지만 심 할머니의 이름은 없다. 기억의 터는 정대협과 여성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가 국민 성금을 모아 서울시와 함께 만들었다.
당시 피해자 명단은 정대협이 작성해 서울시에게 넘겼고, 서울시는 그대로 조형물에 새긴 것으로 전해졌다. 추진위와 서울시 관계자는 “247명의 위안부 피해자 명단은 정대협으로부터 받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심 할머니는 일본 최고재판소로부터 처음으로 ‘일본군 위반부’라는 사실을 인정받은 피해자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심 할머니의 이름이 ‘기억의 터’에 없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지점이다. 정의연은 심 할머니의 이름의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에 대해 “사연이 많다. 할머니의 속사정은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대협이 심 할머니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 33명은 2004년 1월 세계평화무궁화회 명의로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 문 닫아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세계평화무궁화회는 심 할머니가 직접 꾸렸다.
심 할머니 등 피해 할머니들은 당시 “정대협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앞장서는 한편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큰 버팀목 역을 제공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는 모두 허구”라며 “실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서 자신들의 잇속만 채운 사람들의 집단이자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울린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가 정의연을 비판한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또 “정대협 관계자들이 위안부 문제를 빌미로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 좀 더 거칠게 말하자면 당신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온 악당들인 것”이라며 “(정대협이) 대체 15년 동안 위안부 인권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로서는 전혀 체감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책임 지지 못할 인권유린을 했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답시고 전국 각처에서 손을 빌려 거둬들인 성금이나 모금액은 전부 얼마냐. 그 많은 돈 대체 어디에 사용했냐”며 “모르는 국민들은 그 성금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린 당신들이 거둬들인 성금으로 수혜를 받은 적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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