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디자인에 대한 끝없는 수요를 기술 발전이 더딘 현재의 패션산업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지요. 인공지능(AI)이 만들고 제안하는 수많은 디자인으로 패션기업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패션 AI 스타트업 디자이노블의 신기영(35·사진) 대표는 19일 서울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AI를 통한 디자인 생성 기술이 현재는 작은 기술에 불과하지만 향후 패션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디자이노블은 의류업체의 패션상품에 들어갈 만한 디자인·패턴을 AI의 시장분석과 자체 디자인 생성 기능을 통해 업체에 제안하고 있다. 지난해 초 한섬이 패션브랜드 ‘SJYP’의 신상품으로 내놓은 공룡 캐릭터가 들어간 여성 캐주얼의 디자인은 디자이노블이 제공한 국내 첫 AI 디자인의 결과물이다. 신 대표는 “의류업체에서 데님에 어울릴 만한 캐주얼 디자인을 요청했고 콘셉트·느낌·트렌드 등을 분석한 AI가 디자인을 제공하고 의류업체가 최종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결정 과정을 단축하는 데도 AI가 쓰인다. 현재의 의류 생산구조에서는 옷 하나를 시장에 내놓으려면 디자인 후 원단을 찾아 샘플 옷을 만들고 이를 상품화할지 의사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친다. 디자이노블에서는 AI를 통해 수많은 디자인이 입혀진 가상의 샘플들을 사진으로 구현한다. 신 대표는 “샘플 옷을 굳이 만들지 않고도 디자이너들이 사진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시간을 절약하는 것 외에 수없이 버려지는 샘플 옷을 줄여 현재 소재 재활용 정도에 그치고 있는 패션 지속가능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자이노블은 이랜드와도 협업해 지난 3월 AI 디자인이 적용된 봄옷을 출시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하반기를 겨냥해 다른 의류기업들과 함께 신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디자인 영역에서만 그치지 않고 출시상품의 경쟁력 분석, 구매패턴을 보고 향후 구매방향 추정, 시점별 상품구매 분석 등 패션회사들과의 접점 분야에서 AI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그는 “패션기업들 내부의 기술 고민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패션 영역을 넘어 AI를 통한 캐릭터 창작 등 디자인산업과 전자상거래상의 마케팅·분석 분야에도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와 IBM 데이터 애널리틱스팀에서 근무하면서 창업의 꿈을 키우다 퇴직 후 포항공대(포스텍)에 입학했다. 포스텍에서 AI 기술인 자연언어처리 전공 중 연구실 선후배 연구원 2명과 함께 연구한 취향 분석 엔진을 산업에 적용해보자는 뜻을 모아 2017년 8월 디자이노블을 세웠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디자이노블은 창업 2년여 만인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스타트업 페스티벌 ‘도전 K스타트업 2019 왕중왕전’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미국에서도 수많은 패션·유통업체들이 파산하는 와중에도 결국 돈을 버는 곳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라며 “패션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작은 기술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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