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9일 5·18민주화운동 제40주년 기념식에 양승동 KBS 사장과 박성제 MBC 사장이 참석한 것에 대해 “5·18 단체가 초청한 것”이라며 “용서와 화해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두 방송사는 지난 1980년 5월 당시, 광주의 참혹한 실상을 담지 않은 왜곡보도로 광주 시민의 저항에 부딪혀 사옥이 불에 탄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을 찾아 “5·18 기념식에 KBS, MBC 사장이 와서 헌화와 분향을 했다”면서 “두 분이 주요 방송사라서 초청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BS와 MBC 사장이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방송사 수장의 참석은 문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제 40주년 기념사에서 언급한 ‘진실고백과 화해, 용서’ 프로세스의 상징으로 읽힌다. 진실 보도의 책임이 있는 방송사가 광주 시민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겼지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한다면 화해와 용서가 가능하다는 모범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념사에서 “발포 명령자 규명과 계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의 진실과 은폐·조작 의혹과 같은 국가폭력의 진상은 반드시 밝혀내야 할 것들”이라며 “이제라도 용기를 내어 진실을 고백한다면 오히려 용서와 화해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KBS는 뉴스 시간에 당시 상황을 방송 하면서 왜곡 보도를 사과를 했다”면서 “이것이 하나의 작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진실고백과 화해의 수순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강조한 진실 고백과 화해, 용서 프로세스와 관련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 모델을 고려한 것”이라고 19일 밝혔다. 지난 1995년 12월 설립된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범죄,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했던 기구로 공소시효가 없어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처벌이 이뤄졌다. 사면이 허용됐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공소시효 배제와 사면이 5·18 사건과도 연관될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국회가 논의해야 할 몫”이라며 “무엇보다 가해자가 지금 보이고 있는 태도가 진실을 고백할 자세가 돼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에 진실 고백 이후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실을 고백할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그다음에 역사 왜곡 음해가 일부에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5.18 역사 왜곡과 관련한 법률 제정 후 같이 병행해서 검토해야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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