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약속한 일본 범죄집단 야쿠자 조직원이 큰 돈을 가져온다면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60대 여성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항소1부(부장판사 이태우)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67)씨에 대해 지난 14일 원심판결인 벌금형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 판결을 보면 A씨는 지난 2016년 경기도 김포시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지인을 통해 B씨에게 “일본 야쿠자와 결혼하려고 하는데 이 사람이 일본에서 200억원의 돈을 한국으로 가져오려고 한다. 일차로 50억원을 가져오는데 사용할 경비가 필요하니 빌려 달라”고 요청했다.
B씨는 이 말을 믿고 그해 8월부터 11월까지 A씨 계좌로 8회에 걸쳐 총 436만원을 송금했다.
A씨와 야쿠자 조직원이 만나던 사이는 맞지만 그 조직원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50억원을 가져오는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고 별다른 재산이 없는 A씨는 빌린 돈을 제때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남을 속여 재물을 빼앗을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도 야쿠자 조직원에게 속았고 B씨도 A씨가 단순히 야쿠자와 결혼해 거액을 준다는 말 때문에 돈을 빌려준게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야쿠자 조직원과 장기간에 걸쳐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A씨가 결혼을 전제로 이 남성을 만나다가 그에게 속아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따라서 A씨가 B씨에게 한 말은 거짓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피해자가 경찰조사에서 한 말을 보면 ‘야쿠자와 결혼하는데 200억원을 한국에 가져오려한다’는 말이 돈을 빌려주게 된 직접 원인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B씨는 경찰조사에서 “A씨의 돈이 필요해 계속 돈을 보낸 것이 아니라 제가 장애인인데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A씨의 지인이 A씨에게 투자금을 받으면 저를 계속 공사현장에 데리고 다닌다고 하면서 같이 일을 하게 해준다고 해서 돈을 계속 보내준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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