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의 ‘기부금 사용 의혹’ 제기 이후 두번째로 열린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이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외부 회계감사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이며 이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에는 지난주 시위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여 정의연 지지 목소리를 냈다. 인근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는 원색적인 구호로 비판을 사기도 했다.
20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0차 수요시위는 정의연을 향한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듯 다수의 취재진, 참가자, 보수단체 회원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이날 시위에서 이 이사장은 “2020년 5월 7일 이후 진행된 상황을 바라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이 운동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국내 시민들, 활동가들, 피해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가슴에 새겨 정의연의 설립 원칙과 정체성에 더 충실하면서도 시민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최근 연일 제기되고 있는 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외부회계감사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이며 이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며 “확인과 검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억측과 허위사실에 기반한 보도와 예단을 부디 삼가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시위에는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를 만들었던 한국염 정대협 이사장도 참여해 연대발언을 내놨다. 한 이사장은 “(연구를 진행하며) 할머니들의 피해와 50여 년 간의 침묵에 전 세계의 갈등과 냉전이 작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오늘의 정대협 운동은 이렇게 긴 시간 여러 지역에서 피해자와 활동가, 연구자가 함께 켜켜이 쌓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에 대해서는 “오직 정대협 운동에 일생을 헌신한 사람”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어찌 윤미향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겠느냐”고 두둔했다.
이날 수요시위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었음에도 50여 명의 참가자들이 찾아와 힘을 보탰다. 참가자들은 ‘언론의 제목장사 OUT’, ‘일본군성노예제문제를 왜곡하는 너희는 친일파다’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 장소를 지켰다. 시위 도중 한 보수단체 회원이 윤 당선인의 사진을 붙인 메주덩어리를 흔들며 집회 장소 주변을 지나갔지만 경찰에게 바로 제지당하며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인근에서는 정의연과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에게 개인계좌를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도 진행됐다. 다만 이 맞불집회에서 “윤미향은 파운데이션을 뭘 쓰길래 낯짝이 그렇게 두껍냐” 등의 구호가 나와 지나치게 원색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구호를 들은 한 수요시위 참가자는 “본질과 상관없는 여성혐오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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