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0일 검찰의 강압수사 비리 의혹이 제기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열린우리당 대선후보 경선비용 명목으로 한만호 당시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공개된 고(故)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 내용을 거론하며 “이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면서 “한 전 총리는 2년간 옥고를 치르고 지금도 고통받는데 (재조사 없이) 넘어가면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며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하고, 그것이 검찰과 사법부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부와 검찰은 부처와 기관의 명예를, 법원은 사법부의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당시 관련 증언이 조작됐다는 당사자의 비망록이 언론에 공개됐다”며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은 “총리까지 지낸 분이 유죄 확정된 재판에서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법에 보장된 대로 재심을 청구해서 억울함을 밝히는 게 맞다”면서 “법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에 “국민은 검찰의 과거 수사 관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 이해한다”며 재조사의 필요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은 “재판도 오판 가능성이 있지만, 그 경우 증거를 갖춰 재심을 청하도록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자체 조사에 소극적인 입장을 비쳤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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