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 기분이에요. 지긋지긋한 주간졸림 현상도, 늘 붙어 있던 두통도 거짓말처럼 사라졌어요.”
건축회사에 다니는 박모(40·남성)씨가 수면다원검사에서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받고 수면 중 기도를 일정하게 열어주는 양압기 치료를 시작한 뒤 한 말이다. 양압기를 사용하니 효과가 즉시 나타났다. 착용 전보다 덜 잤지만 깊은 잠을 잘 수 있었고 몸도 개운해졌다. 수면장애와 만성피로가 사라지면서 생활에 활력을 찾았다.
수면과 만성피로는 평생 박씨의 발목을 잡았다. 중고생 시절부터 하루 8시간 이상 잤는데도 피곤하고 낮에 졸음이 쏟아졌다. 코골이 증상도 갈수록 심해졌다. 입을 벌리고 잔 탓에 아침이면 입안이 바짝 메말랐다. 두통은 24시간 괴로움을 줬고 피로감으로 집중력과 기억력, 학습·업무 효율도 떨어졌다. 숨쉬기가 어려우니 버둥대거나 답답해서 깨는 일도 반복됐다.
박씨는 온라인 검색을 통해 코골이가 심해지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파악하고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수면무호흡증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환자가 하룻밤 병원에서 자며 수면다원검사를 한다. 수면하는 동안 뇌파, 안구운동, 코와 입으로 호흡하는 양상, 턱과 다리 근육의 움직임, 흉부와 복부 호흡운동, 수면자세의 변화, 동맥 내부 산소포화도, 심전도를 꼼꼼하게 측정한다. 거의 온몸에 센서를 부착하며 비디오 촬영도 이뤄진다. 여러 수면장애 질환의 진단에도 활용된다. 박씨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포함한 영상의학검사도 받았다.
검사 영상에서 상기도(上氣道)가 좁아 보였다. 호흡으로 들어온 공기가 폐로 전달되는 통로인 기도가 선천적으로 좁았다. 수면 중 호흡이 멎는 수면무호흡 상태는 시간당 평균 35회를 넘어 심각했다. 최대 27초 동안 숨을 쉬지 않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수면 중 호흡장애 평가는 환자가 숨을 완전히 멈추는 무호흡 발생 여부, 숨을 완전히 멈추지는 않아도 호흡운동이 줄어드는 저호흡증 상태를 살펴 이뤄진다. 수면을 유지하는 동안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횟수가 시간당 평균 5회 이상이거나, 7시간 수면 중 30회 이상 무호흡이 있으면 수면무호흡증으로 분류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학계는 성인 남성의 25%, 여성의 9% 정도가 겪고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는 지난 2015년 45만6,100여명에서 지난해 63만7,300여명으로 연평균 9.8% 증가했다. 수면 중 일시적으로 호흡을 하지 못하는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증가세는 더 가팔라 같은 기간 약 2만9,000명에서 8만3,700명으로 연평균 72% 늘어났다. 2018년 7월부터 수면다원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인식이 바뀐 영향이 크다. 지난해 수면무호흡증 환자군의 81%(6만7,600여명)는 남성, 남성 환자의 51%(약 3만4,700명)는 30~40대였다.
하지만 많은 수의 환자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질환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저 코가 막히고 술을 마셨거나 수면습관이 좋지 않아 발생하는 정도로 여긴다. 체력이 떨어졌거나 잠이 충분하지 못해 졸린 것으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계속된 수면무호흡증은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 졸림 현상은 업무 집중도·효율을 떨어뜨린다. 장기간 지속되면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기억력 저하, 발기부전, 심근경색증, 비만, 당뇨, 성격 변화까지 나타난다.
수면무호흡증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중추신경계 문제로 호흡을 하지 않는 중추성 수면무호흡증과 숨을 쉬려는 노력에도 기도가 막히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다. 수면클리닉을 찾는 대다수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에 속한다.
수면무호흡 증세가 확인되면 증상을 가져온 인체 부위를 확인하는 검사가 이어진다. 호흡장애는 모든 상기도 부위 이상과 연관되기에 비강과 구강을 모두 검사한다. 연구개(입천장 뒤쪽의 연한 부분) 형태와 혀·편도선의 크기를 평가하고 비중격(콧구멍 칸막이)이나 비갑개 구조를 확인한다. 이때 비인후 내시경이나 CT·X레이 같은 영상의학적 검사가 병행된다.
의료진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황에 적합한 치료계획을 세운다. 수면무호흡 증세가 심하지 않으면 행동교정 방식을 선택한다. 규칙적 운동에 의한 체중 감량, 금주·금연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 옆으로 누워 자는 자세 변경 등이다. 과체중 환자가 체중을 10%만 줄여도 수면무호흡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증세가 심하면 기도를 넓혀주는 수술적 치료나 양압기 사용이 선택지로 제시된다. 양압기의 경우 초기에는 마스크에 적응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지만 익숙해지면 반응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숙면의 세계’에 매료된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다만 명확한 해부학적 이상 소견이 있고 수면무호흡이 심하지 않으면서 나이가 젊다면 수술을 권한다. 수면과 건강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하루라도 빨리 전문의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민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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