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후원금 유용 및 쉼터 고가매입 의혹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20일 수요집회를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의의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의연은 이날 오후 12시 제1440회 수요집회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근처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예정대로 열었다. 이번 집회는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 이후 진행된 두 번째 수요집회다.
집회에 참석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2020년 진행된 상황을 바라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전 세계 시민들과 피해자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고, 문제해결을 소망하시다 돌아가신 분들의 유지를 제대로 받들지 못해 슬픔과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이사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이 운동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국내외 시민들, 활동가들, 피해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겸허히 듣고 가슴에 새겨 정의연 설립의 원칙과 정체성에 더 충실하면서도 시민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정의연은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외부회계감사를 공식으로 요청했고, 이후 절차를 기다리고 있다”고 상황을 전한 뒤 “확인과 검증이 필요한 억측이나 허위사실에 기반한 보도와 예단을 삼가달라”고도 했다.
이 이사장은 아울러 “가장 최전선에서 전쟁범죄, 전시 성폭력, 성노예제 문제를 국제적으로 의제화하고 보편적 인권 문제로 만드는데 기여한 이 운동의 역사와 대의가 참담하게 무너지게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위에는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시절부터 활동했던 원로 활동가 12명의 입장문도 발표됐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정대협 공동대표를 역임했던 한국염 정의연 위원장은 대표로 입장문을 낭독하며 “오늘의 정대협 운동은 긴 시간 여러 지역에서 피해자와 활동가, 연구자가 함께 켜켜이 쌓아온 것”이라며 “피해자의 인권과 30년 정대협의 활동을 부디 생각해달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윤 당선인을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윤미향 전 이사장은 정대협 설립 시에 간사로 시작해 사무총장, 대표직까지 오직 정대협 운동에 일생을 헌신한 사람”이라며 “만약 문제가 있다면 어찌 윤미향 개인에게 국한된 것이겠느냐”고도 했다.
한 위원장은 그러면서 “그것은 정대협 30년 역사와 정대협과 연대한 아시아 및 세계의 여성인권, 평화운동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위원장은 “정대협의 운동이 전 세계 여성인권 운동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이유는 할머니들이 ‘수동적인 피해자’로 머물지 않고 ‘활발한 인권운동가’로 나서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대협의 재정이 피해자 생활 지원에 전부 쓰이지 않았다는 비판은 오히려 할머니들을 서운하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정대협은 긴 활동 중 회계부정이라는 생경한 상황에 접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정대협은 교회여성연합회 사무실에서 김학순 할머니의 첫 신고를 받은 뒤 궁핍한 재정으로 아현동, 장충동, 서대문, 종로5가 등지로 이사를 다니며 활동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는 정의연을 둘러싼 뜨거운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지지자와 취재진을 포함해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수요집회 현장 주변에서는 정의연과 윤미향 전 이사장을 비판하는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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