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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뭘까"…'일상의 한컷' 된 드라마 속 이혼

'부부의 날' 맞아 살펴본 달라진 '드라마 속 이혼'

이혼 후 현실다룬 '부부의 세계' 인기리 종영 가운데

돌싱 주인공인 '한 번 다녀왔습니다' 도 인기

남편의 외도 참고사는 모습 그리기보단

개인행복 위한 선택지로 묘사하는 등

과거보다 부정적인 이미지 옅어져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화목한 가정을 일궈가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하지만 백년해로를 약속한 부부더라도 뜻이 맞지 않아 파경을 맞기도 한다. ‘부부의 날’을 맞아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그려진 이혼의 모습을 돌아보며, 결혼과 부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봤다.

최근 화제가 된 두 드라마의 화두는 ‘이혼’이다. 사고만 치다 이혼당한 첫째부터 결혼식 당일 파혼한 등 막내까지 4남매가 모두 각자 다른 이유로 ‘돌싱’이 됐고(KBS ‘한 번 다녀왔습니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어떤 부부는 질긴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한다(JTBC ‘부부의 세계’). 지금까지 드라마에서 무수히 다뤄졌던 소재지만, 각기 다른 이혼의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인지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부부의 세계’는 시청률 28.4%(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1위를 차지하며 종영했으며 ‘한 번 다녀왔습니다’는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방영 중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5명의 친구들 가운데 2명이 이혼남이다. 돌싱 의사인 양석형(김대명 분)은 어머니의 이혼 결심에 “기분이 너무 좋다”고 하고, 아내의 외도로 인한 이익준(조정석 분)의 이혼은 밥 먹는 장면처럼 대수롭지 않게 지나간다. 또 다른 tvN 드라마 ‘화양연화’에서도 주인공은 이혼한 돌싱으로 설정됐다.

이제 드라마 속 이혼남, 이혼녀는 익숙한 캐릭터가 됐다. 과거 이혼이 인생의 실패, 또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부정적 이미지로 덧씌워졌다면 이제는 마음이 맞지 않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지 중 하나로 그려진다.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 포스터. /사진제공=KBS


“너무 힘든데, 너무 외로운데, 너무 불행한데 언제까지 봐주면 해결이 돼요? 못할 짓이에요, 고문이에요, 서로한테...”

4남매의 이혼을 그린 KBS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이혼 사유를 캐묻는 아버지 송영달(천호진 분)에게 송나희(이민정 분)은 이같이 답하며, 부부라는 이유로 참고 사는 것이 답이 아님을 강조한다. 성현경(임정은 분)은 송준선(오대환 분)과 이혼한 이유에 대해 묻는 전 시누이 송나희에게 “이혼하고 제일 좋았던 게 뭔지 알아요? 더 이상 미워하지 않아도 되는 거”라고 말한다. 이혼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관계를 위한 발전적인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마음이 안 맞으면 이혼해도 된다고 묘사되는 등 요즘 드라마 속에서는 점점 이혼이 일상화되고, 부정적이지 않은 사건으로 그려진다”고 평했다.



물론 2020년에도 이혼은 마냥 아름답지 않고, 쉬운 일도 아니다.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박해준 분)의 외도로 이혼했어도 지선우(김희애 분)와 이태오는 각자 새로운 삶을 꾸리기 보다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질긴 인연을 이어간다. 결국 이들의 아들 이준영(진진서 분)은 서로를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질려 결국 가출을 결심하고 만다. 이는 이혼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이혼 후에도 깨끗하게 갈라서지 못하고 미련을 보이는가 하면 다시 이전의 관계로 돌아가는 등 우리 삶에는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처럼 이혼한 후에 당사자가 잘 지내는 경우도 있고 ‘부부의 세계’처럼 극단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은 그만큼 이혼에 대한 대중의 생각이 다양해졌음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JTBC ‘부부의 세계’. /사진제공=JTBC


1970~1980년대만 하더라도 이혼은 드문 일이었다. 드라마에서도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부인은 이혼을 결심하기보다 참고 사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이혼은 드라마에서나 현실에서나 ‘주홍글씨’였다. 공 평론가는 “그 시대에는 가능한 이혼을 하지 않고 참고 살려고 했고, 그런 아픔을 드라마에서도 보여줬다”며 “그 시절 일일연속극 ‘야 곰례야’(1979)와 ‘달동네’(1980)와 같은 서민드라마에서는 몇몇 주인공들이 외도를 해도 그들의 아내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고 남편을 받아줬다”고 전했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미니 시리즈들이 등장했는데, 이혼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의 소재로 나왔다. 공 평론가는 “당시 많은 드라마에서 주연이 아니더라도 조연에서라도 이혼 문제가 자주 언급되었을 만큼 우리 사회에서 이혼이란 문제는 숨기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개인의 존엄성을 지키고 싶다는 여자들은 끊임없이 새장을 열고 나오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 부인들은 외도를 한 남편에게 통쾌하게 복수하고 이혼한 뒤 새로운 삶을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품이 MBC ‘아줌마’(2000)다. 권위적 남편에 맞서 당당히 이혼하는 주인공 오삼숙(원미경 분)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 이전까지 대부분의 드라마가 이혼 뒤 남편의 참회와 부부의 행복한 재결합이라는 구도를 그렸던 데서 탈피해, 드라마는 오삼숙이 이혼 후 식당을 경영하며 두 아들을 밝게 키우고 이혼녀인 것에 구애받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것을 암시하며 막을 내렸다. 이후 부인들이 남편들의 외도를 알고 복수를 하는 ‘조강지처 클럽’(2007) ‘아내의 유혹’(200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사진제공=SBS


특히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엄마가 뿔났다’‘인생은 아름다워’ 등 숱한 히트작을 써낸 김수현 작가는 참고 살기보다는 당당히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여성을 주로 그려왔다. 7년 전 작품이지만 지금 봐도 전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은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오은수(이지아 분)가 이혼 후 재혼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평범한 집안의 두 자매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부모세대와는 또 다른 결혼관과 달라진 결혼의 의미, 나아가 가족의 의미까지 되새겨 보면서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사람들과 사랑법을 다뤘다”는 이 드라마를 포함해 김수현 작가의 작품들은 각양각색의 가정을 통해 결혼과 가족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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