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적 권한을 사유화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국정농단’으로 사적 이득을 취한 적 없습니다.”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린 20일 오후.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총 35년의 징역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이정환·정수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세부적으로는 뇌물 혐의에 대해 징역 25년과 벌금 300억원, 추징금 2억원 선고를 요청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0년과 추징금 33억원을 구형했다.
전 공판에 이어 이번 공판도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그는 지난 2017년 10월16일 이후 모든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구형 직전 “박 전 대통령이 공범인 최서원(64·개명 전 최순실)의 요청에 따라 문화체육 사업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돈을 내게 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십억 뇌물을 내게 한 건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자신과 최서원의 사익 추구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정경유착을 보여주고 국민이 준 공적 권한을 사유화했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 대해서는 “내밀한 금품 전달행위에 대해 국민 누구도 공정하고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직무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은) 이러한 잘못을 단 한 순간도 인정하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검찰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형량을 정해 헌법상 평등의 가치를 구현하고,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은 수사기관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전부 부인해 왔다”며 “무죄 판단을 구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국선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은 유년 시절부터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기까지 국민 행복을 위해 노력했고, 이 사건 이전에는 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으며 국정농단으로 사적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며 “최서원을 신뢰했고, 최서원이 믿음을 저버린 것을 알지 못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또 “공직선거법 혐의와 관련해 이미 큰 정치적 책임을 졌고, 현재까지 장기간 구금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2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29일 “뇌물 혐의는 분리해 선고하라”며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직선거법상 ‘뇌물 분리선고’ 원칙에 따라 대통령 재임 중 저지른 뇌물 범죄의 형량을 별도로 따져 다시 선고하라는 취지였다.
특활비 사건에 대해서는 2심에서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국정원에서 받은 돈 가운데 34억5,000만원은 국고손실 혐의로, 2억원은 뇌물 혐의로 인정해야 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다만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직권남용죄에 대해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판례를 내놓은 데 따라 박 전 대통령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심리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날 결심에 앞서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의 임직원 등 3명을 증인으로 불러 검찰 측과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의 질문에 대한 이들의 대답을 들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은 “대체로 심의위원 등 후보자에 대해 문체부에서 특별히 관여하지 않았지만, 2014년에는 여러 차례 ‘특정인은 안 된다’는 피드백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고, 문예위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데 대한 부담감과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이어서 증언대에 앉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직원도 세종도서사업이 문체부의 위탁을 받은 사업이라 접수 목록을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선고는 오는 7월10일 진행된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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