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항공·해운·기계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머리를 맞댔다. 당장 유동성 위기에 몰리거나 코로나19의 2차 충격이 우려되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와 기업이 한배를 탔다”고 두 번이나 강조했다. 또 ‘사회적 대타협’을 언급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사정이 함께 고통을 나누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공공선박 발주 확대, 국가 간 교류 중단 해소, 법과 제도 정비 등의 제안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위기극복을 위한 주요 산업계 간담회’에서 “기업과 정부가 정말로 한배를 탄 심정으로 함께 으쌰으쌰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동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을 향해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 신속하게 결정되고 집행돼야만 지원 효과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40조원 규모로 설계된 기간산업안정기금이 적재적소에 쓰여야 한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향해서는 ‘고용 유지’를 당부했다. 기간산업안정자금에는 6개월간 90%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 대타협을 이번 기회에 한번 함께 도모해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하늘길이 끊기며 위기를 맞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국가 간 교류 중단 해소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건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주요20개국(G20) 화상정상회의 등을 언급하며 “지금까지 정상통화만 30여번 한 것 같은데, 거기에서 가장 중심적인 주제도 교류 재개, 항공을 다시 열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신속통로제도’처럼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조선 업계를 대표한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은 여객선·교육선·실험선 등에 대한 공공 발주 확대를 제안했다. 수주가뭄이 닥친 조선 업계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은 “대통령께서 언급한 한국형 뉴딜에 그린뉴딜이 한 축으로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기차·수소차·자율주행차 등을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에서 ‘친환경차 확대’ 등도 비중 있게 다뤄줄 것을 요청하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며 재정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여야 신임 원내대표를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두 분을 만나보니 일하는 국회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기업과 경제단체들이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에 동참한 데 대한 정부 차원의 감사 표시도 있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부금은 고용보험기금으로 편입해 있다”면서 “더 어려운 실업자들을 위해 사용하는 소중한 재원”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구조조정의 ‘구’자 이야기도 없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노사정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한 것과 관련해서는 “노사정의 어제 대화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전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날 노사정 대표들과 회의를 갖고 조속한 합의점 모색을 당부한 바 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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