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국가보안법은 홍콩의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 23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기본법 23조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는 위험인물에게 최장 3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하고 관련 법률을 만들도록 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다가 50만명이 모인 시위에 뜻을 접은 후 이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해왔다.
이날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하나의 나라 두 체제)와 고도자치 방침을 철저하게 관철하겠다고 했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홍콩의 자치권을 축소하고 글로벌 금융허브를 완전히 장악하려는 가장 대담한 조치”라며 “일국양제의 틀을 다시 쓰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만약 그것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도 중국은 홍콩의 자치와 자유에 대한 약속을 존중해야 하며 이것이 홍콩의 특수지위를 보존하는 핵심이라고 압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중국이 형편없는 제안을 재고하고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며 미국법에 따라 특별지위를 보존하는 홍콩의 높은 수준의 자치권과 민주적 제도, 시민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무부가 지난해 통과된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법’을 적용해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인권법에 따라 국무부는 홍콩의 인권 상황을 매년 평가하게 돼 있는데 자치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홍콩의 특별경제지위를 철회할 수 있다. 지금까지 홍콩은 특별경제지위 덕에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도 예외를 인정받아왔다.
미 의회 역시 제재에 나설 예정이다. 팻 투메이 공화당 상원의원과 크리스 밴홀런 민주당 상원의원이 보안법 시행 시 이에 연루된 중국 관리와 단체에 벌금을 부과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은행에 2차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보안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보안법이 국제약속을 깨뜨리는 행위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넘겨받으면서 50년 동안 자치를 누리게 하겠다고 보장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회기 안(28일)에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한데다 홍콩 국가안보법을 전 인민의 근본이익과 연계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홍콩 민주진영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중 시위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음달은 송환법 반대 시위 1주년이고 오는 7월1일에는 홍콩 주권 반환 기념 시위가 예정돼 있다. 거꾸로 중국 정부가 보안법을 서두르는 게 이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홍콩 내부적으로는 국가보안법 통과 시 국제 금융도시로서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도 변수다. 이날 리커창 중국 총리는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겠다며 미국에 당근을 제시했다.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수출 확대가 필요해 홍콩 문제에 관한 한 적절한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홍콩 시위 사태 때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민주주의와 인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 마지못해 개입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