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열리던 연등회(燃燈會)가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행사를 며칠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연등회가 취소된 것은 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40년 만이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와 연등보존위원회는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3일 예정된 연등회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3일 예정된 연등법회 및 연등행렬과 24일 예정된 전통문화마당 행사가 취소됐다.
매년 부처님오시날을 앞두고 진행된 연등회는 10만개의 연등이 서울 종로 일대를 행렬하는 대규모 행사다. 행사에는 연 평균 35만명이 참여하고 있다. 앞서 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행사를 4월30일에서 5월30일로 변경하면서 연등회도 3월23일에서 4월23일로 연기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데다 최근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찰 등 연등회 참가단체들 가운데 일부가 불참의사를 밝히며 행사진행에 차질을 빚게 됐다. 연등회는 신라 진흥왕 때부터 팔관회와 함께 국가적인 불교행사로 이어져왔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으며, 올해 12월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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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회는 “이태원발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일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일수록 우리 모두는 방역당국의 지침을 나의 일상으로 받아들여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올해 코로나19로 부처님오신날 행사 연기에 이어 연등회마저 취소되는 등 유례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 협의회는 “이번 결정은 오늘의 위기가 하루 속히 종식돼 모든 국민들이 평안해지기를 발원하고자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불교계의 결정이 더욱 더 의미 있게 우리 사회에 회향(回向)될 수 있도록 생명의 평화를 위한 정진의 길에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연등회가 취소되면서 불자들을 위한 대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BTN불교방송은 연등회가 예정됐던 23일 오후 4시부터 특별생방송 ‘환희의 순간, 천년의 발원-다시보는 연등회’ 프로그램을 4시간동안 진행한다. 특별생방송은 연등회 취소를 아쉬워하는 불자들을 위해 마련됐다. 지난 25년간 연등회 현장 중계방송을 공개하고 당시 스님들의 모습 등 희귀자료도 공개된다. 프로그램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볼 수 있도록 TV뿐만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페이지와 페이스북 및 유튜브로도 방영된다.
연등회는 취소됐지만 매년 부대행사로 진행되던 청계천 연등 전시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불교계는 오는 31일까지 청계광장 입구부터 광교 사이에 사천왕, 연꽃 등 전통등 41점을 전시한다. 대형 연등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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