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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홍콩과 농산물을 바꿀까?…미중 갈등 핵심 변수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USTR 자료, 무역합의 원하는 속내 나타나

中, 홍콩 국가보안법을 마지노선으로 제시

중장기적으로 대중 압박 틀 유지하면서도

무엇이 재선에 유리한지 끝까지 저울질할 듯

미중 갈등이 어디까지 갈까요.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소식이 양국 관계에 새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미 의회는 홍콩 보안법 관련 중국 관리와 단체에 대한 제재에 나설 예정입니다. 국무부도 홍콩의 특별지위 철회를 들여다보고 있죠.

미중 관계는 당분간 최악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 상무부는 22일(현지시간) 대량살상무기(WMD) 및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탄압과 관련한 이유를 들어 30여개 중국 회사와 기관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는데요. 지금으로서는 서로 제재와 보복을 주고 받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지금 중국을 막지 못하면 앞으로도 못한다”며 “이는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다만, 홍콩이 양국 관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도화선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때문인데요. 현 상황이 그만큼 복잡하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압박한다는 틀은 유지하되 끝까지 홍콩과 무역합의 이행 사이에서 무엇이 자신의 재선에 도움이 될지 득실을 따질 것이다. 이것이 홍콩 문제의 앞날을 가를 변수다. /UPI연합뉴스




中이 꺼낸 무역합의 ‘당근’…고민 깊어지는 트럼프

리커창 중국 국무총리는 22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과 마카오의 국가안보 수호 법률제도를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겠다”고 했습니다. 국가보안법이야 전날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무역합의는 의외였습니다.

의도는 명확합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밀어 부치기 위해 무역합의를 미국에 양보하겠다는 뜻입니다. 이날 구체적인 수치나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중국은 미국이 이 카드를 받는지를 보고 단계적으로 미국산 상품의 수입을 늘려나갈 것입니다. 미국이 예상과 다르게 나온다면 중국도 더 이상 성의를 보일 이유가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딜’을 한 것이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면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미국 시간으로 21일 나온 농무부와 무역대표부(USTR)의 보도자료는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를 보여줍니다. ‘미중 무역합의 이행에 진전이 있다’는 이름의 이 자료는 최근 미국 측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내용도 없습니다. 미국 블루베리와 캘리포니아의 아보카도의 중국 수출길이 열렸다는 것으로 시작해 최근 몇 주 동안 중국 정부가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금류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시설인증을 추가했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얼마나 판다는 게 없는 거죠.

이 보도자료의 마지막 문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무역합의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완벽히 기대한다”고 돼 있습니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빠른 경기회복과 팜벨트(중부 농업지대) 표심 공략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무역합의 이행을 통해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고 싶은데 홍콩 문제의 경우 미 정가의 반발이 워낙 커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반대로 중국은 홍콩을 마지노선으로 내세웠지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인대 회의장에 입장하는 시진핑.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는 국제금융도시로서의 홍콩의 지위보다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의 입장이 더 중요하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GDP 비중 18%→2.5%…中 “금융도시보다 시진핑이 중요”

실제 홍콩 문제에 관해서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워낙 굳건합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전인민의 근본이익과 등치시키고 있습니다. 거꾸로 보안법을 제정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전인민의 이익, 즉 국익을 해치는 일입니다.

미국과 서방세계는 중국이 보안법을 강행하면 국제금융도시로서의 홍콩의 입지가 무너지고 중국 경제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중국 및 홍콩 경제에 매우 매우 안 좋을 것이며 매우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이번 조치가 외국 자본의 탈출 현상을 초래해 홍콩이 더는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문제는 중국이 국제금융도시나 홍콩의 경제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물론 타격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미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홍콩 국내총생산(GDP)이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영국에서 반환받은 1997년 18%에서 현재 2.5%까지 낮아졌습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IT 도시로 상하이를 키우고 있기도 합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중국은 홍콩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초 중국 지도부가 자본이탈 우려를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국가보안법을 추진한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국제금융도시나 경제 성장률보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공산당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에 대한 불만이 중국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률 하락과 실업 증가는 정치적으로 큰 부담입니다. 중국은 불확실성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조차 제시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도시 실업률은 지난해보다 0.5%포인트가량 높은 6%가 될 전망입니다.

중국 정부가 조장한 측면이 있지만 미국의 계속된 중국 때리기에 여론도 좋지 않습니다. 민족주의 성향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홍콩 문제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미국을 중국의 성장을 막고 분열의 씨를 뿌리는 패권주의 국가로 보고 있습니다. 홍콩에서 밀리면 신장 위구르를 포함해 도미노 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셈이죠.

미 성조기와 대만 국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이 홍콩 다음에 대만을 노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EPA연합뉴스


홍콩 다음은 대만?…결정의 시간 다가오는 트럼프

미국 내에서는 중국 정부의 다음 타깃이 대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지난 1997년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해 향후 50년 동안 일국양제를 보장하기로 한 약속을 깨는 것을 보면 대만에 대해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커창 총리는 전인대에서 지난 40년 동안 대만을 언급할 때 써온 ‘평화적 통일 촉진’ 문구에서 평화를 빼버렸는데요. 이를 두고 무력통일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중국군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도서 가운데 대만이 실효 지배 중인 도서 점령을 위한 훈련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나오기도 했죠.

연임에 성공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국이 강요하는 일국양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면서 미국과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도 중국 지도부를 조급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미국이 TSMC에 압박을 가해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막으려고 하는 시도도 심각하게 받아들였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이 보기에 홍콩 다음 차례가 대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레드라인을 훌쩍 뛰어넘는 일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중국군의 대만 도서 점령훈련을 두고 “만약 시진핑 주석이 민족주의자들의 울부짖음이 필요하다면 그는 (이들 도서에 대한) 실제 공격을 승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대만 문제의 심각성과 미국의 중장기 전략차원에서 중국을 계속 압박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도 따갑죠.

1차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장기적인 대중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추가 제재 카드도 살아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까지 어떻게든 무역합의를 유지하면서 홍콩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는 상황도 원하지 않을 겁니다.

그가 홍콩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선거에 달렸습니다. 최근 폭스뉴스가 전국 등록 유권자 1,207명을 대상으로 17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5%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48%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지지했고 트럼프 지지자는 40%에 그쳤습니다.

안타깝지만 미중 갈등의 새 변수인 홍콩 문제는 홍콩과 농산물 가운데 무엇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더 유리하냐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강공책을 쓸 확률이 높지만 적당한 선에서 요란하게 소리만 내고 타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해 홍콩 시위 초반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트럼프입니다. 그는 홍콩 문제와 관련해 전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 적절한 때에 성명을 내겠다”고 했지만 이날도 언급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장사꾼인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과 농산물 가운데 무엇이 자신의 재선에 유리한지 끝까지 따질 것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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