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지난해 추진하다가 무산된 ‘우간다 김복동 센터’가 공사에 필요한 상세한 설계 도면도 없이 착공식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공사 전 소요 예산 파악에 필수적인 설계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식을 추진한 것을 보면 무리한 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하려고 한 게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서울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5일 정의연 홈페이지에 게재된 우간다 김복동 센터 도면은 단순 건물배치도로 실제 건축에 필요한 ‘마스터플랜’은 11월 착공식 당시까지도 만들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의연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우간다 김복동 센터 설립계획에는 부지매입과 건물건축, 내부설비·시설공사 등에 필요한 2억원의 예산안, 공간구성계획 등과 함께 397㎡(약 380평) 크기의 부지와 도면도 공개해놨다.
하지만 홈페이지 어디에도 자세한 수치가 기재된 도면이나 마스터플랜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정의연의 우간다 방문 당시 자문를 위해 동행했던 건축가 A씨는 “우간다 측에서 보내온 건 아무런 마스터플랜이 없는 너무나 기초적인 한 장의 배치도뿐이었다”고 전했다.
마스터플랜은 건축전문가가 만든 평면도와 단면도, 측면도 등이 포함된 설명자료로 일종의 건축계획 보고서다. 통상 건축 시행업체들은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공사 예산을 책정하고 시공업체 등을 선정한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마스터플랜은 예산을 청구하고 누가 공사할 건지 결정하는 기초자료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김세림 건축사는 “전체 평면·단면·입면도면이 나와야 예산을 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 측은 홈페이지에 게재된 도면이 ‘배치도’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정의연 관계자는 “우간다 측에서 내전 피해자들을 위한 센터를 짓고 싶다고 해 지난해 2월 실사를 진행한 바 있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11월 건축 전문가와 동행해 자문을 받았고 사업이 중단되면서 도면은 완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설계도 없이 무리하게 착공식을 강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용어는 착공식이라 표현했지만 모금 캠페인을 하는 상황에서 기부자들에게 부지를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기념행사였다”고 해명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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