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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4차 산업혁명과 '사회안전망 4.0'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4차 산업혁명 시대 본궤도 오르며

단순 일자리 실종 등 양극화 가속

점증하는 사회적 위험 대비위해

새 사회안전망 구축 논의 시작을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정보기술(IT)이 기계공학·생물학 등 다른 학문 분야와 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고용불안, 임금격차 확대 등에 따른 사회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5월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탈북민 모자가 아사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됨으로써 기존 사회안전망의 취약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또한 40%가 넘는 노인 빈곤율과 이에 따른 높은 노인 자살률 역시 사회문제로 부각된 지 오래되나 아직도 정부와 정치권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현대 ‘복지국가’의 핵심인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 등은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생산방식의 효율화와 삶의 질 개선을 도모함은 물론 경제사회 패러다임을 ‘대립과 분리’에서 ‘융합과 순환’으로 전환시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는 임금 및 소득의 양극화와 고용불안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의 증가만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1년 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1988년부터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까지 20년간 거의 모든 회원 국가에서 소득분배가 지속적으로 악화된 원인으로 임금격차의 심화를 지적한 바 있다. 최근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분배 양극화의 심각성을 다시 제기했다. 1980년대 이후 자본에 대한 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면서 부의 집중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소득과 부의 집중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 역시 김낙연 동국대 교수 등 이 분야 연구자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사회적 위험이 증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고용불안 또는 ‘고용절벽’ 현상에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자리는 직격탄을 맞았다. 상점 계산원이 무인계산대로 대체되고 무인자동차가 도입되면서 운전기사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인 회계 컨설팅 회사인 PwC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독일·영국·일본 일자리의 각각 38%, 35%, 30%, 21%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중 대다수가 저소득층에 속하는 단순노동 일자리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분배와 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에 더해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세계화 추세는 더욱 뒷걸음질을 칠 것이고 이는 사회적 위험을 증가시키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 경제를 진단한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는 세계화의 후퇴를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지적하고 있다. 해외 투자는 30~40%, 국제 교역은 33%,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 송금은 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최근 악화일로에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세계화를 퇴보시키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세계화의 후진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 간 빈부격차 역시 증가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점증하는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제도(UBI·Universal Basic Incom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책의 일환으로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보편적 복지’ 성격의 사회안전망에 대한 욕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세금 신설이나 세율 인상 없이 기존 복지제도와 조세감면제도의 전면적 개편만으로도 UBI 실시에 따른 추가 재정 조달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필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UBI 도입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적 위험이 날로 증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사회안전망 4.0’의 기본 틀이 기본소득제도를 중심으로 새롭게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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