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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익 시민단체의 품격과 국가위기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미향 사리사욕 채웠는지 검증은

공익단체 명예·국민 알권리와 직결

국회의원 후보자 부실검증 드러난 與

여론 향배 살피며 묵묵부답 일관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필자는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일제 강제징용자에게 일본 측이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해석 원칙과 부합하지 않음을 말했다.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국제중재로 이 문제부터 확정해야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발할 줄 알았던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오히려 “그것이 정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기약 없는 ‘일본 때리기’가 아니라 ‘정당한 보상’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배상금 지불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무한정 일본을 압박하는 것은 일부 변호사들의 정치적 선명성과 지지세력 규합에만 도움이 된다고 호통쳤다. 정작 피해자들은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개인 비용을 지출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없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솔직한 하소연이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피해자들을 더 이상 이용하려 들지 말고 원래 목적대로 정직하게 공익단체를 운영하라는 것이다. 피해자들을 돕도록 설계된 단체는 피해자들을 도우면 되고 그것이 아니라 정치행위를 하고 싶으면 정치단체를 만들라는 것이다.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가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공론화해 그동안 얼마나 커다란 공적을 쌓았는지는 별도의 문제이며 그걸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웠는지부터 검증하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분노와 원망의 확대재생산이 아니라 화해와 교류가 한일관계의 올바른 방향임도 메시지에 담겨 있다.

이는 모든 공익 시민단체의 명예와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단체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평가하면 될 일이다. 기부한 국민들의 알 권리와도 직결돼 있다. 피해자도 나서고 국민도 나서는데 피의자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탄압 사례 운운하며 의혹의 부당성을 대놓고 강변하는 모습까지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성단체들은 뭉쳐서 윤 전 대표를 지지하고 나섰다.

국회의원 후보자의 선발 및 검증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지금 제기되는 수많은 구체적 의혹 가운데는 이미 상당수가 알려진 사실에 기반해 있을진대 집권여당은 그를 비례대표 7번에 배치해 국회로 입성시켰다. 여당은 재산증식 과정에서의 세금 탈루 의혹으로 신속히 제명한 양정숙 당선자와 비교해 처리할 일인데도 여론의 향배를 살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 제기하는 시대적 위기감도 있다. 지난해 조국 사태, 지금의 윤미향 사태를 겪으면서 집권세력이 보여온 행태는 자기 진영 사람들을 대놓고 감싸는 모습이다. 개혁하겠다는 사람들이 명분도 잃고 권력의 오만함만 쌓고 있는데도 자정기능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4·15총선의 부정선거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수사나 보도는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정치권을 통째로 비웃듯이 양심 있는 국민의 목소리가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넘쳐나고 있다. 시민의 자유를 위한 갈망이 오늘도 권위주의 세력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강남역에서 부정선거 반대 블랙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이 있고 조국 일가가 가입한 사모펀드가 전형적인 권력형 경제범죄라는 사실을 알고도 침묵했다며 자신의 친정인 참여연대를 고발한 집행위원장의 양심선언도 있었다. 반일과 친북정책을 비판한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파면당한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의 폭로도 있었다. 인헌고에서 울려 퍼진 고3 학생들의 ‘일부 교사의 정치편향성 발언’ 주장 역시 자유를 위한 외침이었다.

21세기에 보수 친일 괴물을 잡겠다고 나선 집권세력은 스스로가 더 큰 괴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상식과 자유를 지키고 우리 사회가 위선과 거짓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얼마나 더 많은 보통시민이 길거리로 나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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