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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민주당, 트럼프 '중국 꼼수'에 낚였다 [해외칼럼]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파리드 자카리아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이 지속적인 지지율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필사적으로 국면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 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책임을 중국과 시진핑 주석에게 떠넘기는 ‘중국 때리기’를 재선 전략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 내내 트럼프는 시 주석을 ‘강력하고, 예리하며, 집중력이 대단히 강한 지도자’로 추켜세웠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베이징이 보여준 ‘투명성’에 최상의 찬사를 보냈다. 지난 3월 27일에도 트럼프는 “(코로나19에) 우리는 함께 대처하고 있다. 시 주석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트윗을 날렸다.

하지만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부실대응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기 이전의 일이다. 분위기가 달라지자 그는 외국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낯익은 패턴으로 돌아갔다. 2016년 대선 캠페인에서 멕시코 때리기로 재미를 보았던 트럼프는 중국을 희생양 삼아 2020년 선거전을 치르려 든다. 이미 트럼프의 대리인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를 중국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 아마도 멕시코가 국경장벽 건설에 들어간 돈을 미국 측에 지불한다면, 중국 역시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지 모른다.

분명히 하자. 중국은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바이러스 감염증을 은폐했고, 지방 관리들은 내부고발자들을 침묵시켰으며, 중국 공산당은 불길한 소식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시장이 위축되며, 당이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 중국공산당은 2003년 사스(SARS)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도 이와 유사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 당국이 잘한 일도 더러 있다. 지난 1월 12일 코로나19의 전체 염기서열을 단시간 내에 분석해 공개했다. 여기에 걸린 시간은 사스의 게놈 분석에 들어간 시간보다 짧았다. 그뿐이 아니다. 당국의 검열과 통제가 공중보건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정부는 1월 21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위원 명의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성명문을 게시했다. “개인적 이익을 위해 고의적으로 보고를 지연시키거나, 사실을 은폐하려 시도하는 자들은 누구든 수치라는 역사의 기둥에 영원히 못 박힐 것이다.”(이 게시문은 며칠 뒤 삭제됐다. 아마도 보고를 지연시키고, 은폐를 시도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덮으려는 의도였을 터이다.)

어쨌건 1월 말에 이르러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공중보건 비상사내를 선포했고, 몇몇 국가들은 신속히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당시 트럼프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면 오늘날 미국이 처한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터이다. 매년 중국 본토로부터 수백만 명의 여행객들이 방문하는 대만은 미국보다 늦게 중국에 대한 국경봉쇄조치를 취했지만, 현명한 족집게 대응으로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제한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나온 대만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단 7명에 불과하다. 뉴욕과 비슷한 수의 주민이 거주하는 홍콩은 높은 인구밀도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는 4명뿐이었다. 이 같은 수치는 오타가 아니다.

진짜 궁금한 것은 트럼프가 중국 때리기에 나선 이유가 아니라, 민주당이 그것에 동조한 이유다. 민주당은 낯익은 공화당의 술수에 빠져들고 있다. 공화당은 미국이 직면한 위협을 부풀리는 한편, 민주당이 적대국에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중국이 꾸며낸 음모론에 동참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보수세력은 미국에 대한 감당 가능한 도전을 치명적인 위험인 양 떠벌린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그들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지 못한 채 공화당의 겁주기 꼼수에 편승한다. 바이든은 자신과 중국을 한데 싸잡아 공격하는 공화당의 광고에, 똑같은 중국 때리기로 대응한다. 그의 광고는 인종주의적 톤이 강한 트럼프의 것과 다를 바 없다.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은 대립과 함께 협력을 요구한다는 점을 설명하기보다, 바이든 진영은 트럼프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았다.

이건 단지 선거의 해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지난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민주당은 행여 ‘연성(soft)’이라는 딱지가 붙을까 두려워, 세계 각지에서 미국 정부가 주도한 쿠데타와 비밀공작을 지지했다.

린든 존슨은 공산주의에 국가 하나를 통째로 ‘잃었다’는 공화당의 비난을 듣지 않으려 베트남에 대한 개입을 확대했다. 가장 최근의 예는 이라크전이다. 민주당은 테러와의 전쟁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기에 이라크전에 반대하지 못했다. 2002년, 공화당이 이라크전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와중에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한 바이든은 “이 친구(사담 후세인)는 전 세계에 지극히 위험한 존재”라며 “우리에겐 당면한 위협을 제거하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대선 전략은 중국과 국제기구인 WHO를 싸잡아 공격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지적대로 WHO는 다른 어떤 국가보다 미국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게이츠는 필자에게 “WHO는 다른 어느 국가보다 (미국과 특히)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밀착된 유엔 기구”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에게는 오직 공격만이 최선이다. 그와 그의 지지자들은 국제기구를 무력화하고 싶어 한다. 그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글로벌 공조를 끝내길 원한다. 그들은 중국과의 냉전이 세계화와 규범에 기반한 열린 국제질서를 파괴할 것임을 안다.

그러나 민주당은 세계화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신봉한다. 민주당은 이를 우드워드 윌슨과 프랭클린 루즈벨트에 의해 잉태된 비전의 실현으로 간주한다. 윌슨과 루즈벨트는 장장 70년간 지속된 전례 없는 평화와 번영의 초석을 놓은 인물이다. 민주당이 이 같은 세계를 파괴하려는 공화당에 동조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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