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경쟁 업체들과 가격 담합을 했다가 적발된 측량업체가 입찰 참가를 제한한 지자체의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측량 전문업체 A사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입찰 참가 자격 제한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서울시가 발주한 상수도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베이스 정확도 개선 사업 입찰 과정에서 경쟁사들과 담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사 등은 낙찰받을 회사와 낙찰 가격을 미리 서로 협의하고 나머지 회사는 이른바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사업을 따냈다.
이 사업은 2005년부터 10여년 동안 권역별 입찰이 순차적으로 진행됐는데, 담합 전까지 60∼80%에 그쳤던 투찰률(예정 가격 대비 낙찰 금액의 비율)이 담합 후 80∼90%로 치솟았다. 투찰률이 높아지면 낙찰받은 업체의 이익은 커지지만 서울시의 예산 지출은 늘어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이 2009∼2014년 여러 차례 반복된 것을 파악하고 2018년 A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4억9,300만원을 부과했으며, 서울시는 같은 해 A사의 입찰 참가 자격을 2년 동안 제한했다.
A사와 이 회사 임원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은 뒤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A사는 담합으로 얻은 이익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도 입찰을 2년 동안 제한해 중소기업으로서 막대한 불이익을 입게 됐다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A사가 입는 불이익이 크거나 평등 원칙에 어긋나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조치의 취지는 입찰·계약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의 참가 자격을 일정 기간 배제함으로써 서울시가 입을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고 담합을 근절해 가격 왜곡을 방지하며 입찰·계약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공익적 요구를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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