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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코로나 시대 경제지표 읽는 법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

수출 급감하고 무역수지 적자로

가계·기업 부채도 빠르게 늘어

곳곳 도사린 위험 대비해야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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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4월 중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모양새다. 이달에는 생활 방역으로 전환됐고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존재한다. 한때 급등락했던 주식 가격, 환율 등 금융시장 지표 역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1.2%로 전망했다. 세계 평균 성장률 예상이 -3.0%이고 미국·유럽 등 주요국 성장률 전망은 훨씬 더 열악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안도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오일 쇼크 직후인 1980년과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단 두 번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도 0.8%를 기록했다는 면에서 충분히 충격적인 수치이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3% 급감했고 이달도 20일까지 20.3%나 감소했다. 해외에서 아직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수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할 것으로 보여 수출 감소도 당분간 지속돼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 지표를 보면 높은 변동성을 보였던 3월 이후 차차 안정되며 코스피는 1,900~2,000선, 대미 환율은 1,200~1,25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금융 여건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실물경제에서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금융 여건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무역수지가 99개월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수입 수요도 줄었지만 4월 이후 해외에서 코로나19가 더욱 창궐했기에 수출이 더 많이 감소한 탓이다. 향후에도 해외에서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



지난 수년간 국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달러 유동성 부족과 환율 급등 현상이 나타날 때마다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는 달러를 공급해줌으로써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당분간 무역수지 적자가 나타난다면 오히려 달러 수요를 증가시켜 불안정이 증폭될 수 있다. 4월 무역수지 적자는 9억5,000만달러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기존에 매월 수십억달러의 흑자를 내던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차이다. 중요한 달러 공급원 하나가 사라진 것이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와 기업부채의 지속적인 증가가 한국 경제의 금융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에도 주의해야 한다. 올해 1·4분기 가계부채는 역대 최고인 1,611조원으로 전 분기 대비 0.7% 늘었다. 분기 성장률이 -1.4%이므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1% 정도 증가했다. 기업부채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 코스피 상장사만을 대상으로 한 연결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4.58% 증가했다. 기업부채는 향후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결제은행(BIS)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코로나19 사태를 겪기 전인 2019년 말 각각 GDP 대비 95.5%, 102.1%로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GDP 대비 비율의 증가폭은 43개국 중 4위로 매우 높다. 2019년 말 신용갭도 7%로 부채 비율이 평균 추세보다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1·4분기에 더욱 높아지고 향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면에서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라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을 자세히 모니터링하며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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