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카드’를 꺼내 든 가운데 정부가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실태 조사를 시작하는 등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나섰다.
통일부에 따르면 서호 통일부 차관은 26일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위해 문화재청 조사단과 판문점 인근 대성동 마을을 찾는다.
서 차관은 대성동 마을을 방문해 전반적인 실태조사 계획을 청취하고 이들을 격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공동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하며 제시했던 구체적 조치 중 하나다. 대성동 마을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남북이 DMZ 내 민간인이 거주할 수 있는 마을을 하나씩 조성하기로 합의하면서 만들어졌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 “앞으로 국방부, 유엔군사령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문화재청의 실태조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는 경기도(경기문화재단·파주시), 강원도(강원문화재연구소·고성군),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등 문화·자연 등 분야별 연구자 55명이 참여한다. 정부는 대성동 마을을 시작으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태봉 철원성 등과 대암산·대우산 천연보호구역 등 40여 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27일 남북 공동 수로 점검을 위해 한강 하구를 방문하는 등 정부가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핵전쟁 억제력 강화라는 강경 노선을 택한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교류협력에 속도를 낼 경우 한미동맹에만 균열을 낼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실제 날로 격화하고 있는 미중 갈등의 여파가 한반도 정세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조야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북미 대화를 촉구하며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한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보는 25일(현지시간)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제한을 받아들일 진지한 용의가 없는 한 미국은 대북 제재를 완화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와 관련해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겠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제재 완화를 추구하는 데는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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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혼 전 특보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가 원하는 수준의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왕 부장이 지난 24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 중 가역 조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을 여러 차례 제안했다”며 “지난 몇 년 간 북한이 정세 완화와 비핵화에 적극적인 조처를 해왔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 측의 실질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아인혼 전 특보는 “미국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이후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임해왔지만, 북한은 실무급 회담을 피하거나 진행을 방해하는 등 진진하게 임할 의지가 없었다”며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 초기 단계를 취하면 그에 상응하는 여러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북한이 즉각 거부했다”고 반박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미국이 (대북) 제재완화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북제재 조치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기 때문이며 북한은 여전히 그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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