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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랜선 전용 공연 나올까

랜선공연, 기존 공연 무료 생중계에 그쳐 한계

日극단, 무대용 연극 온라인 전용으로 재창조

Zoom으로 999엔 유료 공연…새로운 시도 주목

국내 제작사 HJ컬쳐, ‘온라인 전용 뮤지컬’ 구상

“무대·영상 언어 달라…새 플랫폼 가능성 고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 공연계에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급한 소나기를 피하려 잠시 이용했던 ‘랜선 공연장’ 즉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해 나가느냐는 것이다. 지금처럼 기존 공연을 몇 대의 카메라로 찍어 무료로 송출하는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제작사는 온라인 전용 공연을 구상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토코 이치하라와 극단Q가 선보인 온라인판 ‘요정의 문제’/사진=극단Q 트위터




27일 공연계에 따르면, 일본 극작가 겸 연출가 사토코 이치하라와 극단Q는 지난 16~17일 2017년 초연작인 ‘요정의 문제’를 온라인 연극으로 선보였다. 사토코 이치하라는 ‘바쿠스의 무녀-홀스타인 암컷’으로 올해 일본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을 받은 인물로 지난 2018년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기획으로 한국·홍콩·일본의 젊은 창작자들이 공동제작한 연극 ‘나와 세일러문의 지하철 여행’을 통해 국내 관객과 만난 바 있다.

"단 이틀, 1만원에 온라인서만 공연합니다"
온라인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선보인 이번 공연의 특징은 ‘영상용 연극’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설정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캐릭터의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들이 분장을 한 채 그 캐릭터를 소화했지만, 이번 랜선 공연에서는 “영상으로는 연극적인 허구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판단에 작품 속 역할 나이에 가까운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기존 연극 문법에 익숙한 이들에겐 ‘보이는 라디오 드라마’ 같은 인상이 강했지만, 무대 공연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에서 일본 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유료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관람료는 999엔, 우리 돈 1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라 사실 수익성은 거의 없다. 다만 온라인 상연의 유료 시세가 아직 없는 데다 코로나 상황에서 관객과의 만남에 의의를 두고 진행된 시도라는 점에서 향후 작품 완성도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평가다.

국내서도 "온라인 공연 필요성 공감"






한편 국내에서도 온라인 전용 공연에 대한 논의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라흐마니노프, 살리에르 등을 선보여 온 제작사 HJ컬쳐는 최근 뮤지컬을 비롯해 온라인 전용 공연 제작을 구상하고 나섰다.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기존 제작발표회나 프레스콜을 랜선으로 선보이는 차원에서 벗어나 온라인 플랫폼에 최적화된 형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콘텐츠의 형식이나 내용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승원 HJ컬쳐 대표는 “연극적 언어와 (온라인 상영을 위한) 영화적 언어는 확실히 다르다”며 “온라인 시장을 따로 구성해야 한다면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들이 최근 많이 선보이는 ‘보이는 라디오’도 영상을 활용하지만, 본질은 라디오”라며 “공연의 본질은 유지하되 그 매력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완성도 위해 무대·영상 문법 구분을"
예술의전당이 진행하는 공연 영상화 사업 ‘싹 온 스크린’은 좋은 참고 모델로 거론된다. 싹 온 스크린은 무대 공연을 영상화하는 데서 더 나아가 영화 문법을 적용한 촬영으로 눈길을 끌었다.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예술의전당은 이 작품을 연극 버전과 영화용 버전으로 나눠 영상화했다. 연극 버전의 카메라 워킹이나 음향이 객석에서 보고 듣는 특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영화용은 롱 테이크·슬로 모션·클로즈 업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했다.

전문가들도 완성도 높은 온라인용 공연을 위해서는 영상 문법과 무대 문법의 구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많은 공연 작품을 온라인으로 선보인 네이버의 공연&그라폴리오의 함성민 리더는 “극장의 경우 ‘목적성’이 있는 공간이라 장시간 집중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PC로 보는 온라인 공연은 집중력이 그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온라인 호흡에 맞춘 콘텐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 전용 공연의 티켓 시세 설정 등 유료화 모델 도입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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