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민감한 경제 분야에서의 중국의 투자를 축소하라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 홍콩 소재 대기업의 플랜트 건설 수주를 거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이스라엘 용수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규모만 15억달러에 달한다. 홍콩의 억만장자인 리카싱의 CK 허치슨 홀딩스도 입찰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부는 현지 기업인 IDE 테크놀로지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건설을 담당하며, 이스라엘의 레우미은행(Leumi Bank)과 유럽의 대출기관 두 곳이 자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달 이스라엘을 방문한 자리에서, 플랜트 건설에 중국이 포함되는 것을 반대한 이후 나온 것이라고 FT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지난 13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을 방문,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총리 관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중동평화구상 등에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이 둘은 요르단강 서안 합병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이른바 이중 용도 스타트업에 대한 중국 투자를 차단하라고 압박해왔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민감한 영역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재검토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했으나, 미국 측은 이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가운데 중국 정부의 역할을 비난하고 무역전쟁을 강화하면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의 불협화음이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의 한 관료는 “미국 관리들은 양국 간의 거의 모든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 투자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FT는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미국의 훌륭한 파트너이고 이 문제에 대한 파트너십도 완전히 신뢰하고 있다”며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IDE테크놀로지스와 CK 허치슨도 의견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