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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등회 취소 아쉽지만 국민 편해야 진정한 佛心”

조계종 문화부장 오심 스님

종교는 생활의 비타민이 돼야

내년엔 드론등·홀로그램등 같은

최신기술 반영된 연등 보길 기대

조계종 문화부장 오심 스님이 지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산사(山寺) 인증서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우주 만물이 불변의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문제가 생기고는 합니다. 불가에는 모든 게 시시각각 변한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지혜로운 보리심(菩提心·깨달음을 구하려는 마음)을 일으켜야 할 때입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앞둔 27일 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 오심 스님은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연등회 취소라는 초유의 상황에 대해 이같이 담담하게 말했다. 문화부장은 조계종 내 불교 문화재 관리와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연등회 등 각종 불교행사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다. 불교계는 올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4월30일에서 5월30일로 한 달 연기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매년 열리는 연등회는 이태원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취소됐다. 지난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계엄령으로 행렬이 금지된 지 40년 만의 일이다. 그만큼 불교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심 스님은 “고통은 늘 집착에서 온다. 놓아버리면 괜찮은데, 붙잡고 있으려다 화(禍)를 입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말했다. 스님은 “지난 1년간 연등회를 준비해온 불교계 입장에서는 아쉬운 결정이었다”며 “그렇지만 불교계가 연등회를 연기, 취소함으로써 온 국민이 편안해진다면 그게 1,000년 넘게 이어져온 연등회의 진정한 의미를 지키는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연등회는 신라 진흥왕 때부터 팔관회와 함께 이어져온 전통 불교행사로, 올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심 스님은 “예전에는 연등 색이 선명하고 진했다면 요즘에는 초기 촛불로 밝혔던 연등처럼 다시 은은하게 변하고 있다. 그만큼 연등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 연등회 취소 결정이 오히려 세계문화유산 심사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오심 스님은 이어 “올해 연등회가 진행됐다면 ‘펭수등’이 등장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다”며 “내년에는 ‘드론등’이나 ‘홀로그램등’ 같은 최신기술을 반영한 연등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웃었다.

코로나19에 대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서는 부처님오신날도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오심 스님은 “종교가 생활의 비타민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위험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모든 불자들이 부처님오신날에 굳이 절을 찾지 않더라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마음으로 부처님오신날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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