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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의연의 착각

허진 사회부 기자





“그런 의혹은 모두 기자들이 만들어낸 것 아닌가요.”

기자가 이달 중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최소한의 답은 해줬으면 좋겠다”고 건넨 말에 정의기억연대의 한 관계자가 내놓은 대답이다.

당시는 정의연의 각종 부실회계 정황이 제기되던 상황이다. 정의연과 수천만원의 거래를 했다는 한 업체와의 관계를 묻는 물음에 계속 대답을 피하더니 결국 마지막에 한 대답이다.

이 대답은 앞선 여러 장면들과 궤를 같이했다. 먼저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의 최초 발언 후 이뤄진 정의연의 첫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이나영 이사장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기자분들이 어떤 역사의식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하는지 연구자 입장에서 다시 보게 됐다. 지난 30년간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일궈낸 인권운동사를 이런 식으로 훼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번번이 걸림돌이 됐던 방해세력과 동조해 이 문제를 폄훼하고 피해자와 활동가를 분열시키는 여러분들은 반성하시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당시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정의연의 한 관계자가 취재진의 질문에 냉소를 보이며 혀를 내두르는 장면이 인터넷에서 ‘짤’로 회자하기도 했다. 이밖에 수요집회에서의 해명 등 여러 자리의 발언에서 이번 논란의 본질을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공세나 일부 세력의 모략으로 여기는 정의연의 인식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 사태를 일으킨 이 할머니나 수년간 쌈짓돈을 기부해온 시민들은 줄곧 다른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할머니는 2차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반해서 운영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단체 운영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민들을 분노하게 한 것도 30여년간의 인권운동의 성과와 별개로 자신들의 활동을 성역화한 뒤 이를 방패 삼아 이어온 나태한 기부금 운용 행태나 피해자 목소리가 실종된 피해자 운동 등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다. 정의연 앞에는 자신들에게 쏟아진 비판을 겸허히 듣고 쇄신해야 할 단 하나의 길이 있을 뿐이다. 올바른 해결책은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는 데서 시작된다.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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