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등교 수업이 미뤄진 지 약 3개월 만인 27일, 초등학교 1~2학년의 등굣길이 시작됐다. 어린이보호구역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도 지난 3월부터 시행됐다. 두 개의 커다란 변화로 이날 초등학교 앞엔 긴장과 설렘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초등학교 1~2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의 등교가 시작된 27일 오전 8시 40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이수초등학교에도 하나 둘씩 학생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날 이수초 교문 앞엔 세 명의 교사가 나와 아이들의 등교를 도왔다. 학생들은 일정 간격을 두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손을 소독한 후에야 건물 내부로 입장할 수 있었다.
1, 2학년 각각 두개 학급씩만 등교를 하기로 한 터라 이날 등교하는 학생들은 40~50명 정도로 많지 않았지만 학부모들은 긴장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등교 지도를 하던 강효경 녹색학부모회 회장은 “방침이 들쑥날쑥 바뀌니까 학부모들이 너무 혼란스럽다”며 “차라리 등교를 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다가 이 기회에 9월 학기제를 하는 게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후에도 한참동안 교문 앞을 떠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학교에 도착한 1, 2학년 학생들은 한껏 신난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낀 채 친구들과 뛰어서 학교 앞에 도착한 학생들도 있었다. 학부모들 역시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고 하니 엄청 좋아했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두고 있는 최 모씨는 “맞벌이를 해서 원래도 긴급보육을 했었다”며 “긴급보육도 학교에 나가는 형태다 보니까 아이가 ‘학교랑 긴급보육이 다른 게 뭐냐’고 자주 물어봐 ‘오늘은 학교에 친구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등교’에 긴장감을 더하는 요소는 또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이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간 등교 수업이 중단됐던 터라 민식이법 시행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학교 앞 통행로에는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 안내 표시가 일정 간격마다 설치되어 있었다. 실제로 이날 등교시간대 이수초 근방에는 주·정차된 차량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학부모들은 대체로 민식이법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아이를 등교시킨 박모 씨는 “이수초 앞은 이수교차로에서 사당역으로 가는 지름길로 알려져 민식이법 시행 전에 과속이 심했다”며 “이렇게 안내판도 생기고 CCTV도 설치한다니까 확실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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