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에 발표한 ‘오피니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가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26일부터 버스·택시 기사 등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지만 KF94 등 헤파(HEPA)필터 마스크를 쓰면 너무 숨이 막히고 면 마스크는 믿음이 안 갔는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양진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도 지난 25일 마스크 수급 상황 브리핑에서 “등교수업 등이 진행되면서 호흡이 편하고 가벼운 덴틀마스크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덴틀마스크와 성능 등이 유사한 ‘일반인용 비말차단 마스크’ 규격을 만들어 빠르면 오는 6월 초 고시하고 생산량 확대 방안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와 기존 논문들에 따르면 헤파필터가 적용된 KF94 또는 N95 마스크는 비말을 마스크 안에 잡아두는 기능이 우수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 착용할 경우 숨쉬기가 어렵고 요즘 같은 날씨에는 꽤 덥다. 기침 등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환자나 노약자 등은 숨이 막힐 것 같아 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기 어렵다. 마스크 가장자리와 얼굴·턱 아래 부위가 밀착되지 않으면 비말전파를 막는 효과가 수술용 마스크보다 떨어진다.
또 헤파필터가 습기에 취약해 4시간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스크가 얼굴에 잘 맞을수록 헤파필터가 더 빨리 망가진다. 헤파필터를 적용한 KF94·KF80 마스크 등은 황사·미세먼지·바이러스 등으로부터 마스크 착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됐지 자신의 비말전파 차단용으로 개발된 게 아니다.
반면 수술용 마스크는 의료인이 말을 하거나 기침할 때 나오는 비말로부터 환자와 수술장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됐다. 개방된 경계를 통해 비말이 누출될 가능성은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 우수한 비말전파 차단 효과가 입증됐다. 착용감도 좋다.
수술용 마스크는 습기에 취약한 헤파필터 마스크와 달리 착용자가 배출한 공기의 수분과 비말로 마스크 바깥쪽 표면이 젖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준다. 실제로 김 교수가 KF94 마스크와 수술용 마스크의 안쪽 표면에 5㎕(0.005㎖)의 메틸렌블루 염료 3방울을 떨어 뜨렸더니 KF94 마스크는 외부 표면으로 염료가 확산됐지만 수술용 마스크는 그렇지 않았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증상이 있든 없든 마스크 착용자가 편안하고 비말전파를 막는 성능도 우수한 수술용 마스크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용 마스크로 가장 적합한 유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호흡기 증상이 없는 사람은 면 마스크를 쓸 수 있지만 기침 때 비말전파를 차단하는 효과가 수술용 마스크의 3분의1에 불과하고 코로나19는 다른 호흡기 질환과 달리 무증상 기간에 비말을 통한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고 전염력도 높기 때문에 감염 확산 방지용으로는 한계가 많다”고 했다.
보건용 마스크는 KF80·KF94·KF99 등의 규격이 있다. KF는 코리아 필터(Korea Filter), 숫자는 입자차단 성능을 뜻한다. KF80은 평균 0.6㎛(0.00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94%·99% 이상 차단해 막아 황사·미세먼지·바이러스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다. N95 마스크는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 등 미생물의 전파·감염을 막기 위해 사용한다. 95는 공기에 떠다니는 크기 1㎛(0.001㎜) 이상 미세입자의 95% 이상을 걸러준다. N(Not resistant to oil)은 기름 성분이 없는 곳에서, 기름 성분이 있는 곳에서는 R(Resistant to oil) 또는 P(oil-Proof) 마스크 사용을 권장한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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