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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띄우기 위해 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해외칼럼]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지난 3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는 몇 주간의 부인 끝에 결국 코비드-19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을 촉구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주식시장에 지대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뒤늦게 나온 “현실 인정”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전염병 예측모델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봉쇄조치를 단 일주일만 앞당겨 시행했어도 최소한 수 만 명의 인명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늑장대응이 무대응보다는 낫다. 그 이후 잠시 동안,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과 동시에, 봉쇄조치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완화하는 전략이 자리를 잡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와 공화당은 이 같은 전략을 대부분 포기했다. 물론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기본입장은 다우(Dow)를 위해 수 만 명의 미국인들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포기한 전략은 무엇인가? 한국과 뉴질랜드 등 방역 모범사례로 꼽히는 국가에서 효력을 발휘했던 전략이다. 먼저 봉쇄조치를 통해 코비드-19 곡선을 편편하게 만든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감염자 수를 비교적 낮은 수준까지 끌어내리고, 진단검사를 대폭 확대하며, 확진자가 나오면 역학조사를 실시해 환자의 동선을 확인한 후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들을 격리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여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봉쇄완화 범위를 단계적으로 결정하는 전략이다.

봉쇄조치 연장은 근로자와 기업에겐 상당한 소득 손실을 뜻한다: 사실, 성인 인구의 거의 절반은 3월초부터 직장소득이 끊긴 가구에 속해 있다. 따라서 이들이 경제 봉쇄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재난구제 조치, 특히 실업수당 인상과 소상공인 지원과 같은 대응책이 신속히 따라 나와야한다.

재난구조금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실업수당 담당자들은 쇄도하는 신청서를 제때 처리하지 못해 곤욕을 치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요를 따라잡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부분의 실직자들이 임금 손실의 상당부분을 보전받고 있다.

소기업에게도 고용유지를 위해 사용할 경우 무상지원금으로 전환되는 급여보호프로그램 론(PPP loan)이 제공됐다. 이를 둘러싸고, 한동안 잡음과 혼란이 빚어지긴 했지만, 대다수의 수혜자들은 PPP 대출금을 직원들의 급여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의회와 백악관이 추가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경우, 코비드-19 안전망은 불과 1-2개월 만에 제거된다. 소기업들이 PPP 대출금을 무상지원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은 8주후에 닫힌다. 다시 말해, 상당수의 소기업들이 한 달 후부터 직원들에 대한 레이오프를 시작할 것이라는 뜻이다. 지급대상 범위와 베니핏이 확대된 실업수당 역시 7월 31일로 시효가 끝난다.

그뿐만이 아니다. 코비드-19로 인한 세수결손과 지출증가로 예산적자에 시달리는 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워싱턴으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지 못하면 교사들과 소방관들, 경관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게 된다.

하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실직자들과, 적자의 늪에 빠진 주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추가지원에 반대한다. 대신 공화당은 신속한 경제활동 재개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다. 반면 의료전문가들은 경제 봉쇄 해제가 제 2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물결을 불러올 것이며, 사망자 수 역시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활동 재기 압력은 어디서 오는걸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심각한 예산적자로 인해 안전망을 유지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건 경제논리에 어긋나는 억지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치솟는 예산적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추가감세를 검토한 바 있다.

봉쇄해제 압력이 일반 근로자들로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대중과 민초들의 요구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대다수는 너무 더딘 봉쇄 해제보다, 지나치게 빠른 경제활동 재개를 우려한다. 경제봉쇄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만큼이나 신속한 봉쇄해제에 부정적이다.

결국 보건 전문가들을 무시한 봉쇄해제 압박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하향성이다: 트럼프와 그의 우군은 대중주의가 아닌 당파주의에서 동력을 얻는 제한적인 대중의 지지를 앞세워 봉쇄해제를 압박한다.

그렇다면, 트럼프와 그의 친구들이 사망자 수 증가라는 위험부담을 무릅써가며 경제활동 재개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얼까? 대답은 분명하다. 과거의 행태로 되돌아려는 것이다. 팬데믹 초기단계에서 트럼프와 우파는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코비드-19 위험을 평가절하했다.

지금 그들은 바이러스 억제조치의 조기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신속한 봉쇄해제로 주가를 다시 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꼭 이런 방법을 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른 지도자라면 “우리는 지금 힘든 싸움을 하고 있지만, 끝내 승리할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적과 사투를 벌이는 미국인들을 격려했을 것이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를 비롯해 이런 자세를 취한 주지사들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가발전 이상의 것을 하지 못한다. 자신의 집권 이후 모든 일이 잘 돌아가고 있다며 턱없는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것이 전부다.

그는 아직도 주식시장에 집착한다. 주식가격을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지도력을 측정하는 척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말미암아 트럼프와 공화당은 경제활동 재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을지 따위는 그들에겐 관심 밖의 문제다. 앞서 필자가 지적했듯, 그들의 실제 입장은 다우지수를 띄우기 위해 미국인들이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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