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1박당 20만원 상당의 여행 쿠폰을 준다는 루머에 진땀을 뺐다.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새로운 대책을 내놨는데 지원 대상이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도 포함된다고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 관광청은 해명자료까지 내며 세금이 외국인에게까지 쓰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국인 지원 대책이 와전
루머의 발단은 아베 신조 정부의 새 관광대책에서 비롯됐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관광수요와 식음료 산업을 살리겠다며 ‘고투(Go To) 캠페인’을 7월 말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사업에는 총 1조7,000억엔(약 20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세부적으로는 일본 국내 여행 비용의 절반(1박당 최대 2만엔)을 보조하고 기념품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발행되며 레스토랑 프리미엄 식사권과 할인 이벤트 티켓도 지급된다.
그런데 일부 외신에서 외국인까지도 이 대책의 지원을 받아 여행할 때 쿠폰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가 나오면서 대책의 내용이 와전됐다. 이번 대책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관광청은 27일 지원 대상이 내국인에 한정된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번 대책은 긴급사태 해제 등 코로나19 제한조치가 완화되면서 추진됐다. 지난 25일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선포한 긴급사태를 48일 만에 전부 해제했다. 일본 정부는 대략 3주 간격으로 감염 상황을 평가해 외출 자제, 행사 제한 등의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도쿄도는 긴급사태 종료에 따라 영화관 등 상업시설과 학원 등에 대한 휴업 요청을 이르면 이달 중에 해제하는 등 각 지방자치단체는 경계 수위를 낮추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도쿄도의 휴업 요청에 따라 지난달 8일부터 영업을 중단했던 ‘도쿄타워’도 오는 28일부터 다시 문을 열기로 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에서 26일 신규 확진자는 30명이 나오면서 누적 확진자는 1만7,374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9명이 나와 누적 사망자는 총 873명으로 증가했다.
해외여행만으론 관광업 못 살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국내 관광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는 뭘까.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여행객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 4월 방일한 외국인이 2,900명으로 전년 동기(292만6,685명)와 비교해 99.9% 급감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방일 외국인이 월간 기준으로 1만명선을 밑돈 것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4년 이후 처음이다.
국적별로는 작년 4월 56만명대를 기록했던 한국인이 300명에 그쳐 99.9% 급감했다. 지난달 방일 한국인의 감소폭은 지난 3월(-97.1%)보다 소폭 커진 것이다. 또 지난달 중국(200명), 홍콩(10명), 태국(30명) 등 9개 국가(지역)의 방일 여행객은 소수점 이하 두 번째 자릿수를 반올림해 100% 수준으로 줄었다. 이 기간에 미국 국적자의 방일은 300명에 머물러 99.8%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올 1~4월 누적 방일 외국인 수는 전년 동기(1,098만명)와 비교해 64.1% 움츠러든 394만2,800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제도의 효력 정지를 연장하기로 25일 결정했다. 무비자 입국 효력 정지 기한은 애초 이달 말까지 예정돼 있었으나 한 달 연장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한국에 머물다 2주 이내에 일본에 입국한 이들에 대해 2주간 호텔 등에서 격리 생활을 하도록 요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도록 요청하는 등의 조치도 역시 한 달 연장했다. 일본 정부는 애초 100개 국가·지역이던 입국 제한 대상에 인도 등 11개국을 추가하기로 했다.
한국도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산업이 입은 타격이 극심한 상태다. 이에 우리 정부도 비수기 국내여행 활성화를 위해 운영하는 여행주간 기간을 기존 2주에서 한 달로 늘리고 최대 4만원의 숙박 할인 쿠폰을 100만개 지원하는 등 관광 내수시장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관광시설의 경우 예약제 및 인원 제한 등으로 관광객을 분산하고 밀집도가 높은 행사는 당분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로 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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