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평양냉면’ 같은 드라마라고도 한다. 큰 갈등이나 파격적인 사건은 없지만, 병원을 배경으로 20년 지기 친구 5명인 ‘99즈’의 이야기가 따뜻한 감동과 뭉클함을 선사한다. 특히 ‘99즈’ 중 홍일점이었던 율제병원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는 의사로서 똑부러지면서도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누나처럼 따뜻한 배려심 넘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채송화 역을 맡은 전미도를 만났다. 전미도는 채송화에 대해 “‘나도 저런 여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좋은 역할이었다”며 “모범생이고, 인성적으로 훌륭한데 노래를 못하면서 잘한다고 거짓말을 해서 보컬을 한다거나, 음식에 집착을 하는 등 엉뚱한 면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채송화의 모습이 진짜 전미도의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역할이 잘 맞았던 거 같다는 평가에 대해 전미도는 “채송화는 진정성 있고 책임감을 가진 믿음을 주는 의사인데 제가 작품에 임하는 태도나 자세도 이와 비슷한 거 같다”며 “저도 저를 선택해주신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믿음을 주고 싶어하고 성실한 편이다. 그런 면에서 접점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전미도는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유명한 인물이다. 2006년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로 데뷔해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어쩌면 해피엔딩’ ‘원스’ ‘베르테르’ ‘맨오브라만차’ ‘닥터 지바고’ ‘스위니토드’, 연극 ‘갈매기’ ‘비(Bea)’ ‘오슬로’ 등에 잇따라 출연했다. 이 시점에 드라마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그는 “공연을 오래 하다 보니까 정체기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내 연기가 정형화됐나? 환경이 안정적이 되면서 좀 발전이 없는 거 아닌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시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미도는 tvN 드라마 ‘마더’와 영화 ‘변신’에도 출연한 바 있는데, 그는 “영화 촬영 당시 ‘재밌다, 조금 더 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배우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과 함께한 ‘99즈’의 합에 대해서 전미도는 “실제 만나서 노는 모습이나 드라마의 모습과 크게 차이가 없는 거 같다”며 “지금 진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5명 함께 촬영하는 신을 기다릴 만큼 좋아했다”고 말했다.
특히 5명의 합주신은 각각 오랜 연습 기간을 거쳐 실제 연주한 것이다. 전미도는 “악기 연습은 여름, 빠르면 봄부터 각자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때까지 개인연습을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주기적으로 만나서 합주를 했다”며 “합주하면서 재밌었고, 쾌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연주 실력도 부쩍 늘었다. 전미도는 “처음에 연주할 때 캐논 한 곡만 3개월을 연습해야 했는데, 이후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3주 만에 했다”며 “우리가 늘긴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성취감은 말도 못한다”고 회상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촬영 후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은 무엇이 있는지 묻자 그는 “부산 출신이라 친구들은 부산에 있고 저는 대학 때문에 서울로 오면서 그 친구들과 연락을 자주 하지는 않았는데 이 드라마를 통해서 그 친구들이랑 거의 매일 톡을 주고받게 됐다”며 “거의 25년 정도 된 친구들을 다시 옛날처럼 얘기할 수 있게 된 게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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