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미·중 연합군에 의해 구출되는 영상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영상에는 ‘만삭의 위안부’로 알려진 고(故) 박영심 할머니의 모습과 처참했던 위안소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 28일 오후 KBS는 ‘9시 뉴스’를 통해 미국 국립기록관리청(NARA)에서 발굴한 54초 분량의 기록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1944년 9월 7일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소속 사진병이었던 에드워드 페이 병장이 중국 윈난성 쑹산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소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날은 미·중 연합군이 중국 윈난성 쑹산에서 일본군 진지를 함락했던 날이다.
영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박영심 할머니다. 박 할머니는 2000년 ‘만삭의 위안부’로 알려진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밝힌 뒤 북한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고발하다 2006년 평양에서 숨을 거뒀다. 1921년 평안남도 남포에서 태어난 박 할머니는 17살이던 1939년 잡부를 모집한다는 일본 경찰에 속아 중국 난징으로 끌려갔다. 이후 미얀마와 윈난성 등지에 있는 일본군 위안소에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박 할머니는 만삭의 몸으로, 미·중 연합군의 공격이 점차 치열해지자 일본군 진지에서 나가기로 마음을 먹고, 목숨을 건 탈출을 하다 미·중 연합군에게 구출됐다. 당시 22살이었던 그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연합군이 “만세”를 외치며 적대적 태도를 보이지 않자 이내 안도를 한 듯 함께 “만세”라고 외친다.
박 할머니는 영상이 찍힌 직후 출혈을 시작했고 결국 사산을 했다고 증언했다. 박 할머니 이외 다른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모습도 담겼다. 국적을 알 수 없는 한 위안부 여성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 연합군에 의해 일으켜졌는데 얼굴이 피투성이에 한쪽이 심하게 부어있다.
영상에 따르면 당시 위안부들은 모두 맨발에 남루한 차림을 하고 있으며, 일본식 ‘기모노’ 형태의 옷을 입고 있는 여성도 눈에 띈다. 지옥 같은 상황에서 탈출한 위안부들이 연합군을 맞닥뜨렸을 때의 당혹감도 생생하게 드러났다. 박영심 할머니는 당시 상황에 대해 “모두 너무 굶주린 상태였고, 생과 사를 넘나들던 순간이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KBS는 “당시 중국 쑹산에는 위안부가 24명 있었고, 이 가운데 생존한 사람은 모두 10명”이라며 “대부분 조선족 위안부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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