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자신의 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초대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과정을 의도적으로 숨긴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또 문 대표는 주주들이 모르게 자신의 외삼촌인 조모씨에게 상장 후 50만 주가 돌아가도록 도운 사실도 검찰은 파악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서정식 부장검사)는 문은상 대표를 사기적 부정거래, 특가법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과 지난 4월 두 차례 신라젠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초대 주주 등 참고인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기반으로 문 대표가 주주들에게 의도적으로 BW 발행 과정과 방식을 숨긴 것으로 파악했다. 확보된 자료 중에는 초대 주주들에게 문 대표와 이 전 대표 등이 제시한 ‘BW 발행 관련 동의서’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동의서는 주주들에게 실제 전달된 것과 원문 두 가지가 있다. 원문에는 동부증권과 ‘크레스트파트너’라는 회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토대로 BW 발행 및 인수를 함으로써 문 대표를 최대주주로 올리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동부증권과 크레스트파트너를 통해 문 대표가 무자본으로 대출을 받은 자금으로 최대주주에 올랐다고 검찰이 보고 있는 부분이다.
2014년 초 문 대표가 주주들에게 실제 전달한 동의서에는 이같은 내용이 생략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흐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1번부터 6번까지 조항이 있던 동의서 원본은 4개 조항으로 축소돼 주주들에게 전달됐다.
특히 주주들에게 전달된 표현 중 검찰이 문제 소지가 있다고 보는 부분은 대주주 ‘등’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점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은상 대표 외 대주주로 오를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크레스트파트너 실소유주인 문 대표 외삼촌 조모씨는 신라젠 상장 후 50만 주를 받아갔다. 앞서 검찰은 조씨에 대해 문 대표와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한편 신라젠 주주모임 측은 신라젠 BW 발행에 관여한 자문회사 등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요구했다. 신라젠행동주의주주모임은 “관련 회사 및 유관기관들의 책임 회피 도구로 신라젠 주권 매매 정지를 이용하지 말 것으로 강력 주문하고, 검찰은 신라젠 상장 전 BW 발행에 관여한 모든 주체와 관계자를 공정하게 수사해 국민 재산권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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